한은, 물가둔화 지속→일주일 만에 '오름세 둔화 지연' 가능성 언급

최정희 기자I 2023.09.14 12:00:00

한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수요측 압력, 공공요금 인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안착 불확실하다 평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환율 변동성, 기대인플레 자극"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물가 오름세 둔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달 5일까지만 해도 물가 경로가 평탄하지는 않더라도 기조적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일주일 만에 물가 흐름에 대한 뉘앙스가 확 바뀌었다.

한은은 이날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누적된 비용 상승 요인의 파급 영향 지속, 중국의 방한 단체 관광 재개·초과저축으로 인한 수요측 압력, 공공요금 인상 관련 불확실성 등이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5일 통계청이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비 3.4%로 전월(2.3%)보다 무려 1.1%포인트 급등했다고 발표하자 한은은 그날 블로그를 통해 “한두 달의 (물가)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으나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일에는 기조적 물가 둔화 흐름을 강조한 반면 이날엔 그 당시엔 언급하지 않았던 ‘물가 오름세 둔화 지연’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물가가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에 안착할지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한은 “물가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 수준(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상당 수준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가 축소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월중 3.4%까지 높아졌으며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통신보고서에서는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언급이 없었다.

한은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한다”며 “특히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문가에 비해 그 수준이 높고 한번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수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및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외여건 변화로 국내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경제 성장세 회복 지연 가능성 또한 언급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완만한 소비회복과 수출 부진 완화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나 대외수요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높아 대내적으로 가계 구매력 약화, 민간 투자여력 위축 등으로 회복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IT경기 반등 등 대외여건 개선 기대, 중국 단체관광 재개 등은 각각, 수출과 서비스업에 긍정적이지만 중국의 대외 수요 약화, 주요국 통화긴축 장기화,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은 하방 리스크로 꼽힌다.

한은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더딘 근원물가 둔화세 등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중반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란은행도 물가가 주요국 대비 높아 한 두차례 추가 금리 인상 후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중 수출 부진 장기화 우려가 컸다. 한은은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의 더딘 회복 흐름, 수출 부진 지속으로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전망”이라며 “중국의 공급망 내재화 노력으로 중간재 수입수요가 감소하고 최종재 시장에서도 한·중간 제품 경합도가 높아지면서 대중수출 부진 장기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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