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와이오밍) 하원의원은 이날 “지난주 워싱턴에서 벌어진 트럼프 지지 폭도들의 (국회의사당) 공격은 헌법과 대통령으로서의 맹세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폭도들을 소집하고 집결시켰으며 공격에 불을 지폈다. 모든 게 그가 한 행동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자 공화당 내 서열 3위의 발언인 만큼, 그의 결단은 공화당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체니 의원에 앞서 존 캣코(뉴욕) 하원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응분의 결과 없이 이 공격을 선동하도록 허용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좌시할 수 없다”며 이렇게 썼다.
WSJ은 “캣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가장 먼저 투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공화당 하원의원”이라고 설명했다.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피터 마이어(미시간) 하원의원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또는 탄핵 지지에 열려 있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앞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일을 저질렀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NYT는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했으며, 보좌관들은 최소 12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공화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2019년 미 하원에서 첫 탄핵소추안 발의됐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엔 공화당 지도부가 먼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고, 하원의원들 중 단 한 명도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에 미 언론에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댄 뮤저(펜실베이닝) 하원의원은 WSJ에 “우리는 하원의 구성원으로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많은 잘못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훨씬 더 잘해야 한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하원이 탄핵안 의결을, 상원이 탄핵심판을 맡는다. 전체 435석 중 민주당이 과반인 222석을 차지하고 있어 하원의 탄핵안 의결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에선 전체 100명의 의원 중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 의원 17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편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탄핵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사상 초유의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대선 뒤집기’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이런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뻔뻔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만큼 입법부는 할 수 있는 최고의 형태로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두 번째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