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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발길 끊겨 ‘텅텅’
체감 온도가 영하 23.8도까지 내려간 이날 서울 시청 앞 스케이트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평소 주말과 달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 5000여명에 가까웠던 입장객은 10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스케이트장 관계자는 “불과 지난 주말만 해도 매회 매진이 될 정도로 입장객이 많았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한산하다”고 말했다.
관광 특구인 명동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외출을 한 사람들도 목도리와 마스크, 모자 등으로 ‘중무장’을 한 채 한껏 움츠러든 모습으로 종종 걸음을 내달렸다. 길거리 매장 앞 직원들은 저마다 손난로를 들고 입김을 불며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 한 직원은 “날씨가 추워서 마스크 팩을 나눠 줘도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고 말했다. 헌혈의 집 명동센터장 김경남씨는 “하루 평균 30여명 정도는 헌혈하러 오는데 날씨 탓에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노인들이 즐겨 찾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텅 비다시피 했다.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이 벌이던 바둑·장기판도 자취를 감췄다. 손병희 동상 아래에서 만난 이석재(73)씨는 “점심 먹고 시간이나 보내려 나왔는데 아무도 없어 바람만 좀 쐬다 들어가는 길”이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길도 줄었다.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지난주 화요일부터는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한파에 폭설까지 제주 이틀째 고립
초강력 한파에 항공기·여객선 운항 중단, 빙판길 교통사고, 계량기 동파 등 전국에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수도권 등 중부에서는 주택의 수도계량기 동파가 속출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지역에서 하루 동안 수도 계량기가 동파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622건의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는 시·구 26개 본부 330명으로 구성된 한파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24시간 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자치단체와 재난대응 기관도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했다.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바람에 제주도는 이틀째 고립 상태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정오까지 예정했던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운영중단을 25일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 이날 출발·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510편과 25일 60여편의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한국공항공사는 25일 오전 9시 이후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안전처는 한파와 폭설로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 등을 위해 모포 등이 들어 있는 응급구호세트를 긴급 지원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유통기업 BGF리테일의 제주물류센터에 보관된 응급구호세트 400세트가 이날 공항 측에 전달됐다.
서울 용산역에서는 KTX 문짝이 얼어붙어 닫히지 않는 바람에 열차 출발이 잠시 지연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7분 용산역을 출발해 목포역으로 갈 예정이었던 KTX 513 열차가 9분간 출발하지 못했다. 기장 교대를 위해 운전석 출입구를 잠시 열어둔 게 화근이 됐다. 수은주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 문짝이 얼어붙으면서 교대한 기장이 문을 닫으려 해도 닫히지 않았던 것이다. 차량관리원을 급파하고 온풍기를 동원해 얼어붙은 문짝을 녹인 뒤에야 예정보다 9분 늦은 10시 46분 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