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내세울 실질적 무기가 없어지면서 이번 후견인 지정 신청은 신 전 부회장 측에는 ‘이겨봐야 본전’인 싸움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후견인 지정 신청 등의 경영권 분쟁 이슈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직업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 주요 현안 챙기기에 주력하며 실질적 경영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내년 1분기까지 호텔롯데(롯데쇼핑(023530))상장 작업을 마무리 지으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첫 단추인 만큼 내년 1분기 안에 이 작업을 끝내라고 임원진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22일 롯데월드타워 상량식 행사에도 주요 임원진을 대동하고 직접 참석한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설이 마무리 됐음을 알리는 상량식 행사에 직접 참석해 그룹 총수로서의 존재감과 위상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는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일으키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에 불을 붙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 사안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룹 주요 현안을 챙기며 신동빈 1인 체제의 안정성을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 후견인 지정 신청 문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도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며 형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 이슈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그룹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것 자체가 신동빈 1인 체제의 안정성을 부각하는 것”이라며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신청 문제로 신동빈 회장의 차별화 전략이 더욱 두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주에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향배를 가를 중요한 재판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열린다.
우선 한국에서는 23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세번째 심리가 예정돼 있다. 앞서 롯데그룹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요청한 회계 자료의 상당수를 이미 넘겨줬다고 밝힌 만큼 이 자료를 검토한 신 전 부회장 측의 입장이 밝혀질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자료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할 경우 가처분 신청 소송 자체가 기각될 수도 있다.
오는 25일에는 일본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과’ 관련한 심리가 열린다. 지난달 26일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 문제를 제기한 후 열리는 첫 심리라 이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입장과 법원이 판단이 밝혀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