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공실대란]②매년 63빌딩 8개씩 공급

이지현 기자I 2011.05.31 14:11:39

올해부터 공급이 수요 초과..향후 꾸준히 격차 확대
경쟁적 임대료 인하시 프라임급 빌딩도 안전지대 못돼

[이데일리 이태호 이지현 기자] 서울 도심 오피스시장이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해 착공한 초대형 빌딩들이 동시다발 준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으로 허덕이고 있는 대형 오피스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오피스빌딩의 공급 과잉이 향후 수년 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4년 전 경기 상황이 좋을 때 계획한 빌딩들이 줄줄이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교보리얼코와 빌딩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에 준공 예정인 10만㎡이상 오피스빌딩은 총 5개동에 연면적은 94만㎡에 달한다. 내년에는 4개동 119만㎡으로 더 많아지고, 2013년에는 5개동 164만㎡, 2015년에는 3개동 169만㎡ 등 4년간 531만㎡가 공급될 예정이다.

여의도 63빌딩의 연면적이 16만㎡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 63빌딩 8개동 안팎이 매년 쏟아지는 셈이다.

◇ "공급부족때 막 지어..초대형 쏟아진다"


도심 초대형 빌딩들의 준공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시장을 뒤흔들 예정이다.

▲시그니쳐타워(左)와 101파인에비뉴 조감도
오피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는 7월 중구 수표동에 `시그니쳐타워`(지상 17층 2개동)가 공사를 마치고, 8월에는 을지로2가 `101파인에비뉴`(지상 25층 2개동)가 준공후 임차인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둘 다 두산중공업(034020)이 시공을 맡았는데, 연면적이 10만m²와 13만m²에 달해 일대 오피스시장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공급이 실수요와는 동떨어진 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심(CBD) 오피스빌딩 전체 공급면적은 올해 1050만m²를 돌파, 전체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년 그 격차를 확대하면서 `공실률 대란`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아래 그래프)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는 "현재 준공 대기중인 오피스빌딩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인 2007~2008년에 계획한 물량들"이라면서 "해당 물량은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공실률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호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금 짓고 있는 게 많아 내년과 내후년 공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금융위기 전까지는 공실률도 낮고 경기도 좋아 공급부족이 우려됐는데,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버렸다"고 말했다.

▲ 자료: 한국신용평가(2010.8)

◇ 중소형 `타격`..프라임도 안심 못해

프라임급(5만㎡ 초과) 중심 오피스빌딩의 급격한 공급 증가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곳은 낡은 중소형 빌딩들이다. 새 빌딩들이 최신 시설을 무기로 임차인을 모집하면,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법 밖에 달리 유출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영호 연구원은 "프라임급 빌딩의 경우 대기업 같은 대형 임차인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어 공실 위험이 비교적 적지만, 이같은 수요를 확보할 수 없는 중소형 빌딩은 곧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중소형→프라임급으로 이어지는 임대료 하락 악순환이 나타날 경우 프라임급 빌딩 역시 충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김태호 이사는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프라임급 빌딩과 중소형 빌딩 간 가격차이가 예전처럼 벌어지지 않아 프라임급 역시 공실 위험으로부터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의 확장이전과 해외법인 입주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홍순만 신영에셋 상무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오피스빌딩 매입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오피스시장이 그만큼 안정적 투자처라는 반증"이라며 "지난 5년간의 평균 경제성장률(3.7%)이 유지된다면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 한국신용평가, 단위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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