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초저금리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의 부활로 주식 시장은 다시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지난 20일 10개월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러시아의 은행주부터 중국의 에너지주까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 지수는 지난 5거래일 동안 11.6% 상승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 증시 역시 미국 기업들의 어닝 시즌이 호조를 나타내자 동반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아직 경제 회복세가 확고하지 않은 가운데, 워낙 빠른 속도로 증시가 오름세를 나타나고 있어 펀더멘털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 중국, 세계 증시 최고 상승률 기록 중
중국 증시는 올 들어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은행 대출 급증에 힙입어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강세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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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은행-크레디트스위스 자산운용의 장링 운용역은 "투자자들은 급격한 경제 회복세와 기업 실적 개선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7.9%를 나타내며,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8%)에 근접했다. 성장률은 상승 추세를 지속하며 오는 4분기 두자릿 수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중화권, 中 업고 동반 강세
중화권 증시 역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홍콩 항셍 지수는 올 들어 35% 올랐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지수인 H 지수는 47% 상승했다. 대만 가권 지수는 51% 급등했다.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킨 페그제를 사용하고 있는 홍콩은 미국 경제 회복 개선 기대감과 중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를 쌍두마차 삼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만 증시는 양안(중국 본토-대만) 관계 개선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투자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중화권 증시가 미국보다 중국에 동조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의 스티븐 선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 본토의 정책이 대만과 홍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상관관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인도·브라질도 선방
인도 센섹스 지수는 연초 대비 57% 올랐다. 올해 저점 대비로는 89% 상승했다. 지난 2분기 동안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인도 증시의 상승률은 중국을 능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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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상품 가격 상승 전망과 금리 인하가 성장세를 북돋울 것이라는 전망에 올 들어 41% 상승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브라질 경제가 안정되고 있으며, 상품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브라질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올 연말 까지 GDP 증가율은 4~5%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 선진 증시도 강세
유럽 증시는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존슨앤드존슨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자 지난 3월 이후 가장 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범 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 지수는 지난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5주래 최고 수준까지 회복됐다. 지난 주에만 6.8% 급등, 주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스위스 취리히 소재 스위스칸토 애셋 매니지먼트의 피터 브랜들은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리스크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좋은 징조가 보이고, 실적도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 영향으로 최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미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부활이 예상되면서 도요타, 캐논, 소니 등 수출주가 오름세를 지속,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 단기 급등은 경계해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위험 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각국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빠르게 오른 만큼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 랠리의 주축인 미국 기업들의 호(好)실적이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각국 증시 랠리에 대해서 안도할 수만은 없어보인다.
중국 증시는 이미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비싼 수준까지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하이 종합 지수는 현재 주가이익비율(PER) 33.9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저점 12.9배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