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양규기자] 제일화재(000610) M&A는 결국 대주주인 김영혜씨가 무시하기 힘든 가격대로 추정되는 `주당 3만원`이 나오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화(000880)측의 백기사 자청으로 무게추가 한화측으로 기우는듯 했으나,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당 3만원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김영혜씨측이 막판 고민을 하고 있는 국면으로 풀이된다.
김영혜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메리츠의 계획대로 우호적 M&A가 성사되는 모양이고, 다시 거부할 경우엔 한화그룹과의 지분경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메리츠는 이 경우 공개매수 등을 통해 M&A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는 밝혔으나, 시장 일부에선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생각보다는 높게 보고 있지 않아 주목받고 있다.
◇ 제일화재 최대주주 김영혜씨측 지분확보가 관건
원명수 메리츠화재(000060) 부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혜 제일화재 최대주주에게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68%를 주당 3만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다시 보냈다.
이는 당초 인수제시가격 1만5525원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인수대금 역시 예상했던 860억원에서 약 17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영혜씨의 특수관계인으로 있는 한화그룹 계열사 등의 지분 10.33%(276만주)도 주당 2만원에 매입의사를 밝힘에 따라 총 237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측은 이 처럼 주당 인수가격을 파격적으로 올려 김영혜씨에게 제시한 이유는 결국 김씨가 보유한 지분의 확보여부가 이번 M&A건의 성패를 가르는 사안이기 때문.
메리츠측은 "김영혜씨가 오는 30일까지 답을 하기로 했다"며 "김영혜씨의 답변에 따라 관련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M&A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영혜씨 거부시 공개매수 착수…자금여력 충분
김영혜씨가 주당 3만원의 인수제안을 거부하고, 메리츠가 공개매수에 들어갈 경우 제일 관심은 역시 자금이다.
메리츠화재는 김영혜씨 지분 매입은 물론 공개매수를 통한 제일화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은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 부회장은 "지분인수에 따른 자금은 충분한 상태"라며 "외부의 수혈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메리츠측의 수정제안 가격을 감안할 경우 2370억원 정도는 쓰겠다는 의사로 확인되고, 결국 이는 이 정도 금액은 공개매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메리츠측의 실탄도 만만치 않게 축적돼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다.
◇ 한화측과 출혈경쟁 불가피…인수포기 가능성도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인수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으나, 일부에선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경쟁 가능성은 적다고 업계는 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의 전개과정을 보면 한화측의 지원사격은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일 사들이고 있는 주식물량이 얘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이미 제일화재 주식값은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지만, 한화측의 분위기는 `가격불문`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공개매수가 진행되더라도 한화측과의 머니게임에서 승자를 예측하기는 다소 어려운 국면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날 메리츠측이 투자자들의 자제를 주문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메리츠측은 제일화재의 주가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고 따라서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메리츠측 우려 표시는 결국 공개매수가 진행되더라도 제시될 인수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메리츠화재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수포기를 선언하지 않고도 인수포기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M&A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결국 원 부회장이 `우호적`으로 이번 M&A건을 성공시키겠다고 한 것과 이 처럼 인수가액을 높이 책정한 것이 우호적인 방법에 따라 마무리하고자 하는 메리츠측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사실이 메리츠측의 향후 행보의 바로미터라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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