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인찾기 시작..누구 품에 안길까

지영한 기자I 2007.11.08 15:09:04

본인의사 관계없이 현대家, LG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거론
지분을 쪼개 팔거나 사모펀드(PEF) 인수 가능성도 점쳐져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세계 2위 메모리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향후 몇달내로 본격화 할 전망이다. 아직은 대놓고 하이닉스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딜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현금능력이 뛰어난 몇몇 대기업들이 자연스레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우선 하이닉스가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진 회사인 까닭에,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009540), 현대그룹 등 현대家 기업들과 LG그룹내 LG전자(066570) 등이 거론된다. 또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한 포스코(005490)SK텔레콤(017670)도 인수 가능 후보로 꼽힌다. 경우에 따라선 사모펀드(PEF)가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현재 크레디트스위스(CS)에 연말까지 하이닉스 지분매각에 대한 용역을 준 상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제출한 방안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는 하이닉스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하이닉스와 과거 인연 맺었던 현대家와 LG전자 거론

LG전자의 경우엔 하이닉스와 사업연관성이 높다. 디지털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하이닉스가 새롭게 시작한 CMOS 이미지센서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가 다름아닌 LG전자이다.

그러나 LG는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LG의 부회장급 고위 임원은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LG의 다른 관계자는 "메모리사업을 해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히는 등 LG 관계자들은 일관적으로 인수의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LG로선 외환위기 때 전개된 대기업 빅딜(사업맞교환)로 20여년간 공들여온 반도체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래선지 LG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흘러 나온다.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家도 인수후보중 하나다. 이중 현대차그룹은 증권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반도체사업까지 여력이 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범 현대家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아무래도 현대차보다는 현대중공업, 또는 현대그룹이 나설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 성장동력 필요한 포스코와 SK텔레콤도 나설지 주목  

SK텔레콤은 국내부문의 성장세 둔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찾아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국내외에서 기존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이동통신이나 방송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새로운 성장사업을 발굴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통신업계에선 반도체사업이 SK텔레콤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SK텔레콤이 실제 뛰어들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현금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약방의 감초처럼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한 때 철강업체들이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고베제강의 경우엔 2000년 반도체 자회사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했지만, 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전례가 있다.

굴뚝산업인 포스코가 IT 사업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선 '설마'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해외 철강사업을 통해 성장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며 "이구택 회장의 의지를 보더라도 철강관련 사업을 계속 추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PEF 인수 가능성도 배제 못해..지분 쪼개어 매각할 수도

일각에선 사모펀드(PEF)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닉스 채권단으로선 적정한 가격이라면 단일 기업이 됐든, PEF이든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 때문에, 3~5년뒤 재매각을 목표로 하는 PEF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M&A건이 워낙 큰 딜이라 국내 PEF가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1조원 정도로, 30% 정도를 '프리미엄' 없이 시가로 인수하더라도 4조원에 달한다. 규모가 큰 PEF가 1조원 정도라는 점에서 '딜'이 너무 크다. 따라서 하이닉스 지분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분을 쪼개어 매각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만약 국내기업이나 PEF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 등 해외기업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보호 의지가 변수이긴 하지만, 만의 하나 하이닉스가 중국 등 반도체 후발국으로 넘어가면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거론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PC 제조사들은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특정 반도체사에게 30% 이상 주문을 몰아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하나가 될 경우엔 양사가 각각일 때보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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