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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테안경·스카치 테이프… 이건 꼭 가져가죠”

조선일보 기자I 2006.07.12 15:38:36
[조선일보 제공] 결혼식 참석차 캐나다로 일주일쯤 떠나는 명수미씨(에이엠 시네마 마케팅 실장)

여행지에선 한국서 쓰던 지갑과 반드시 다른 지갑을 쓴다. 이 지갑엔 여행지에서 쓸 신용카드 한 장과 현지 지폐, 동전만 넣는다. 라면 스프도 챙겨간다. 장기간 여행시, 가끔 심하게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그 날 저녁에 호텔에 비치된 컵에 뜨거운 물 붓고 라면 스프를 타 먹는다. 속옷을 쌀 때는, 브래지어를 반으로 접어서 생기는 공간에 팬티를 넣는다. 브래지어 캡도 상하지 않고 부피도 줄어서 1석2조다.

최근 덕적도와 백아도, 러시아 여행을 마친 황주리씨(화가)

꼭 보고 싶었던 소설책을 읽지 않고 아껴 뒀다가 가져간다. 다 보고는 미련 없이 비행기에 두고 내리기. 다 읽은 책을 들고 다니기 번거롭다. 깨끗한 책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확률은 적다. 누구라도 주워 읽을 것. 어머니가 담근 매실주도 생수병에 넣어 간다.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한 잔. 여행지에 도착한 기분도 낼 수 있고 피로도 풀린다.

딸 셋, 남편과 휴가 떠나는 이명완씨(프랑스 관광청 소장)

“우리는 5인 가족이나 절대 가방을 2개 이상(중형 1개와 중소형 1개)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필요할까?’라는 의심이 드는 물건은 절대 넣지 않는다. 아이들 옷은 세탁 후 툭툭 털면 금방 마르는 것으로 3벌 이하로 넣는다. 물가로 놀러 갈 경우, 다시는 신지 않을 신발들을 가져가 휴가 기간 내내 사용하다가 돌아 올 때 버린다. 못 입게 된 속옷을 가져가 입은 후 버리고 온다. 여행용 화장품이 없을 경우, 평소 아이들 약병을 씻어 말려두었다가 조금 덜어가 사용한 후 통은 버리고 온다.

잦은 출장에 늘 트렁크를 싸놓고 있다는 윤한희씨(디자이너)

기내용 가방에 넣는 것은 ‘노 메이컵’ 용 검은 뿔테 안경, 자고 일어난 뒤 민망한 머리를 감출 수 있는 모자, 빨간 립스틱. 에어컨 바람이 싫어 꼭 준비하는 것은 보온용 캐시미어 양말과 캐시미어 숄. 가방을 쌀 때는 백과 신발을 결정한 뒤 맞춰 입을 옷을 고르는 식이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자 마자 서점으로 뛰어가 소설 한 권, 시집 한 권을 골라 비행기에 오른다.

윤한희씨의 남편 강진영씨(디자이너)

성격이 급해 공항에서 가방 기다리는 순간조차 싫다. 그래서 한눈에 번쩍 띄는 트렁크가 좋다. 탱크처럼 튼튼하고, 확실하게 각 잡힌 것을 좋아해 요즘은 알루미늄 재질로 만든 독일 ‘리모바’ 빅 사이즈 트렁크를 끌고 다닌다. 시차 적응을 위해 외국에 도착하자 마자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 후 반신욕을 한 다음 푹 잔다. 때문에 운동화는 꼭 챙겨간다. 옷의 경우는 7부냐 데님이냐 등 하의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춰 상의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가방과 신발을 선택하는 식이다. 색상은 ‘블랙 앤 화이트’로 위험부담을 줄이고 몇 가지 어울릴 만한 색깔을 추가한다.

오스트리아나 터키로 일주일쯤 떠나는 김윤정씨(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대리)

비키니를 꼭 가져간다. 외국에서 수영복을 급하게 구입하면 한국과 디자인이 너무 달라(가슴과 허벅지 노출 부분) 결국 입지 못한다.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폴라로이드를 준비한다. 요즘은 이것도 굉장히 작게 나온다. 현지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찍은 사진을 바로 바로 선물하면 빵 한쪽이라도 얻어 먹는 혜택이 있을 수 있다.

베트남 리조트에서 1주일 쯤 머물 지춘희씨(디자이너)

리조트 패션으로는 역시 편안하면서도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헐렁한 린넨 옷이 최고. 서울에서 입지 못한 화사한 색상으로 가져갈 예정. 그래야 휴가 온 기분이 든다. 세관에서 가방을 열 수도 있기 때문에 옷은 따로 지퍼 달린 천 케이스에 넣는다. 밖에서 보이지도 않고 구김이 안 가 좋다. 갈색 옷, 검정 옷 다 준비하면 구두도 두 가지 색이 모두 필요하다. 구두 한 켤레로 코디할 수 있는 옷으로 골라 간다.

실크로드~쿠바까지…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사석원씨(화가)

스카치 테이프는 필수. 붙여야 추억이 된다. 입장권이든, 명함이든 여행지에서 모은 모든 것을 그때 그때 테이프로 붙여두면 나중에 따로 정리하는 수고 없이 훌륭한 ‘추억 노트’를 만들 수 있다. 미니 스케치북도 꼭 가져간다. 우연히 알게 된 현지인이나 외국 관광객에게 내 얼굴(초상화)을 그려달라고 하면 의외로 흔쾌히 오케이 한다. 여행에서 남겨오는 기막힌 재산이다.

발리서 나흘간 휴가를 보낸 선우은영씨(맥 홍보팀 과장)

좋은 레스토랑이나 바에 갈 경우에 대비, 원피스 드레스를 꼭 챙겨간다. 저지나 면 혼방, 실크 혼방류는 구김이 적고 가벼워서 좋다. 멀티 기능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가고, 태닝로션이나 오일은 현지에서 사는 편. 보통 태닝 제품은 한 철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행지 편의점에서 산다.

‘여행이 일’이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김은주씨(여행잡지 ‘도베’ 차장)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강박증 환자 잭 니콜슨이 자동차 여행 길에 동행한 여자를 꼬시기 위해 준비한 ‘필살 CD’를 본 후 내 여행의 시작은 항상 CD굽기로 시작된다. 여행지의 분위기에 따라 삼바, 보사노바, 탱고 등을 CD에 빼곡하게 담아 여행 가방 깊숙이 넣어둔다. 초간편, 초미니 음악 저장고인 아이팟과 최신 MP3도 있지만 왠지 먼 길을 떠날 때는 이런 CD가 여행의 기분을 한껏 올려준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조트나 호텔 객실에 좋은 오디오 기기들이 포진하면서 이런 CD는 여행지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손톱만한 이어폰의 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피커가 내뿜는 분방한 소리의 쾌감. 놓칠 수 없다. 또 하나의 여행 준비물은 ‘아이 마스크’(eye mask). 피부가 바싹바싹 말라오는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 안대 대신 이 ‘아이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장거리 비행시간도 견딜 만 하다.

상하이로 호텔 투어 겸 미각 여행 떠나는 안주연씨(조선호텔 마케팅실)

여행자 보험에 든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든든하다. 여권 복사본도 가져간다. (렌즈 끼는 분이라면) 여분의 렌즈를 꼭 가져가라고 권하고 싶다. 예전에 친구가 지갑을 잃어버린데다가 렌즈까지 찢어지는 바람에 카드 막고, 재발급 받고, 렌즈 사고… 정신이 없었다. 간단한 화장품이나 샴푸 등은 현지 조달한다. 짐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외국 수퍼마켓 가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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