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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푸틴 영장 발부하자…존립 위기 몰린 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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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8.30 21: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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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ICC 해체 공언, 관계자 제재도
푸틴·네타냐후에 영장 발부에 지정학 풍랑 속으로
설립때부터 실효성 논란, 강대국 자극하자 표출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존립 위기에 몰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계기로 지정학적 풍랑 속으로 말려들어간 모습이다. ICC는 집단살해,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 침략 범죄 등 중대한 국제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기구다.

사진=AFPBB/로이터
사진=AFPBB/로이터
30일 월스트리트저널(W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ICC 자체를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달 미국은 토모코 아카네 ICC 재판소장과 이스라엘 관련 조사를 이끄는 세네갈 출신 법학자 압둘라예 세예에게 제재를 가했다.

푸틴 대통령도 ICC 회원국 몽골, 타지키스탄을 방문했지만 양국 모두 ICC의 체포 요청을 거부했다. 유럽 국가들 역시 네타냐후 총리가 방문할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압력은 ICC의 일상적인 운영마저 마비시켰다. WP는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우려한 ICC 측이 MS오피스를 포기하고,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독일산 오픈소스 운영체제로 교체하면서 업무 차질까지 빚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카림 칸 검사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도 ICC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 성폭력 처벌을 주요 임무로 하는 기관의 수장이 수개월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좌관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18개월 이상의 조사 끝에 ICC 회원국들은 지난달 투표를 통해 칸 검사장을 축출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최악의 인권 침해를 처벌하는 국제법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됐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비롯해 발칸 전쟁, 르완다 제노사이드 등 20세기 주요 충돌 사태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던 특별재판소들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로마규정 체결 당시부터 재판소의 권한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인구가 많은 주요국들은 재판소 회원국이 아니고 이스라엘 역시 가입하지 않았다.

ICC는 그간 아프리카 등의 사건에 집중해 강대국들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체포영장을 통해 23명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35명은 수배 중이며 비공개 열장이 발부된 인원도 다수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일부 사건들의 경우 부실한 수사나 증인 보호 실패로 무산되거나 철회되기도 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전 미국 전쟁범죄 특사이자 국제사법·책임성위원회 의장인 스티븐 랩은 WP와의 인터뷰에서 “ICC의 근본적인 문제는 범죄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을 때조차 사법 기관으로서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랬던 ICC가 회원국 영토내 비회원국의 범죄 행위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강대국들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검찰관실은 아프간내 미군 및 중앙정보국(CIA)의 전쟁범죄 혐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당국의 범죄,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의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같은 조사들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ICC 해체 공세를 자극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ICC는 미국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로마규정을 추인하지 않은 미국 및 기타 국가의 국민에 대해 지속해서 권한을 행사하려 시도했다”며 “이는 모든 국가에 위험한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서 미국과 ICC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네타냐후 총리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후, ICC 재판관들은 최소 세 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에 영장 집행을 요구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를 환대하며 그의 체포를 요청한 ICC의 요구를 거부하고 로마규정 탈퇴를 선언했다. 로마규정에 따르면 ICC는 사법 당국이 범죄를 수사할 의사가 없거나 수사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만 개입할 수 있다.

지난 24년간 ICC는 전쟁 범죄 등으로 총 9명에게 유죄를, 증인 위증 등 경미한 혐의로 5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 모두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대한 기소는 ICC가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법부를 갖춘 국가를 상대로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수석 법률 자문을 지낸 존 벨린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오판이었다”면서도 “루비오 장관이 단순히 재판소 해체를 주장하기보다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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