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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통화 이후 직권을 남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포함된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결정을 보류시키고, 압수수색 영장 없이 경찰로부터 수사 기록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첩 보류나 기록 회수 등이 국방부 최고 책임자의 재량 범위 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전 장관 측이 주장해온 ‘장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항변을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법원은 “장기간의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의 수사·심문 출석 태도, 가족 및 사회적 유대 관계,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불구속 수사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날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안전대책 없이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해 채수근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백개 게시글을 올려 수사내용을 공개하고 참고인 진술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함께 청구된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특검팀 수사 개시 114일 만에 구속 1명에 그친 결과에 특검팀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수사외압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통화’로 촉발된 사건의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이 전 장관 구속을 계기로 윤 전 대통령 수사 동력을 이어가려던 특검팀의 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특검팀 출석 요구에 변호인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응했다.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된 만큼 향후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해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인정함에 따라 혐의 입증을 보강하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법원 판단에 따라 자신의 주장에 명분이 있다고 보고 특검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국군 통수권자로서 군 기강과 사기 유지를 위한 우려 표명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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