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경제난이 가장 큰 위기로 이어진 대표적인 곳은 스리랑카다. 인구 2200만명의 스리랑카에서는 3월 말 이후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3일 26명의 내각 장관이 모두 사임했지만 라자팍사 대통령과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서 시위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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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올해 70억달러(한화 약 8조 5000억원)의 국가부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협상 중이다.
파키스탄 정국도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10일 새벽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사상 첫 불신임 총리’란 불명예를 안게 된 것도 경제난이 주된 이유다. 친중성향의 칸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었고, 오는 6월이면 대외채무액은 1030억달러(126조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난을 가중시켰다. 파키스탄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3%로 이미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식품과 에너지 등 민감한 품목의 물가를 집계하는 민감물가지수(SPI)는 4월 초 15.1%를 기록했다. 그 결과는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데, 갤럽에 따르면 파키스탄인의 3분의 2는 국가가 직면한 최대 문제로 생활수준 악화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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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빵에 대한 보조금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빵에 대해 가격을 고정하고 인도 및 아르헨티나 등 수입원을 대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10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프랑스 시민들이 경제상황과 인플레이션에 현직 대통령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는 이같은 경제난을 한동안 가중시킬 전망이다. 앞서 유엔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8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식량가격지수(FPI)가 3월 159.3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6년 지수 도입 이래 사상 최고치로, 2월보다 12.6% 상승한 수치다. 식량가격 급등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반정부시위로 이어졌던 2011년 식량가격지수 131.9보다도 높다.
세계은행은 지난 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에서 파푸아뉴기니에 이르는 동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 경제전망이 더욱 악화됐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해당 지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0%로 하향했다. IMF는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급등 영향을 받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전세계 경제·정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