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보수당 英총리의 '40년만 최대규모' 증세안, 반발 뚫고 의회 통과

김보겸 기자I 2021.09.09 11:29:15

코로나19·고령화 대응 위해 최대규모 증세 나서
3년간 57조원 마련해 의료 과부화 해소할 계획
"노동자 쥐어짤 것" vs "언젠간 증세했어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영국 보수당 출신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안한 증세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40년만에 최대 규모 증세다. 영국은 무상의료가 원칙이지만, 코로나19로 의료비용이 폭증하면서 쌓이는 재정적자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전날 발표한 증세안이 319대 248로 가결됐다. 내년 4월부터 근로자와 고용주가 내는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은 1.25%포인트 인상된다. 주식으로 벌어들인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도 같은 비율만큼 오른다. 2023년부터는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이 원상복구되고, 그 만큼의 사회복지 부담금이라는 별도 항목이 생긴다.

이번 증세로 3년간 360억파운드(약 57조원)을 확보해 국민 보건서비스 과부하를 해소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영국에선 120만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심장수술 등 중요한 수술을 받기 위해 6개월 넘게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 총리는 “증세는 없다”던 자신의 공약을 깨게 됐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 빚을 내서 전염병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어렵지만 책임있는 대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 재정적자는 올해 4000억파운드(약 6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존슨 총리가 8일 의회에서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AFP)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이번 조세부담 상승폭이 40년만에 최대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조세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며, 여전히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고 있는 노동자와 기업들을 쥐어짤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IFS는 “정부 지출과 세금 모두 향후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건서비스에 대한 증세는 코로나19와는 상관없이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고령화로 보건과 사회의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증세 논의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증세 반발이 일었다. 보수당의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공공재정이 허덕일 때마다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엇을 나타내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의 증세안에 보수당 의원 5명은 반대표를 던졌고 37명은 기권했다. 야당인 노동당도 이번 증세가 청년층과 저소득 근로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발했지만 증세안은 100표 차이로 여유 있게 의회를 통과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