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11일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자영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던 PC방이나 노래방 등 업주들은 가게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다며 영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방역 기준이 다시 강화돼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 고위험시설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
◇거리두기 1단계에 자영업자들 매출 회복 기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코인노래방 사장 이상경(42)씨는 가게 내부 수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직 정부의 거리두기 재조정안이 발표되기 전이었지만, 두 달여만의 집합금지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영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씨는 “벽 수리와 페인트칠을 하며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드디어 장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문정동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거리두기 강화가 계속되며 직장인 손님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기준이 완화되면 지금보단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방역 강화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촌 한 코인노래방 사장 김아름(43)씨는 “두 번째 집합금지가 풀렸을 때 이미 코인노래방에 대한 이미지 훼손이 너무 커서 손님 자체가 줄었었다”며 “생활비를 낼 정도도 안되고 임대료가 겨우 나오는 정도였는데 (영업을 재개해도) 올해를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달부터 영업금지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취식이 가능한 사실과 영업을 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손님이 많다”며 “오후 3시까지 손님 10명도 오지 않는데 최저임금도 안 나오는 걸 가지고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
◇언제 다시 문 닫을까 걱정도…“정부 기준 명확해야”
고위험업종으로 분류돼 집합금지를 해야 했던 업주들은 언제 또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여전했다. 김아름씨는 “여름부터 추석까지가 노래방이 대목인 시기인데 영업을 아예 하지 못했다”며 “겨울에 또 코로나가 심각해진다고 하는데 모아둔 돈이 없으니 집합금지 해제가 반가우면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성환(61)씨는 “부업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영업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영업을 하게 돼서 천만다행이지만 또 집합금지가 되면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들이 다 굶어 죽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방역당국은 수도권 내 코인노래방 등 노래연습장에 대해서는 노래 부르지 않는 경우 마스크 착용하기, 영업 전·후 시설소독 등 수칙을 마련했다. PC방의 경우 수도권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해 좌석 한 칸 띄워 앉기(좌석 간 칸막이 설치된 경우 제외) 등 수칙을 의무화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당국이 시설 운영 중단을 최소화하고 대상별 위험도에 따른 정밀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만큼 형평성 있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년간 PC방을 운영했다는 김성수(49)씨는 “식당은 칸막이가 없지만 PC방은 칸막이도 다 설치된 상태인데도 취식을 규제했던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처음부터 PC방을 모르는 사람들이 규제를 만든 결과로 업주들이 대부분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PC방 업주 이모씨는 “흡연구역 금지와 한 칸씩 자리 띄워앉기 등의 수칙은 영업장을 반으로 나눈 것이나 마찬가지다. 커플이나 단체 손님이 PC방에 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PC방에 대한 방역수칙을 다른 업종처럼 형평성 있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인노래방 업주 이상경씨는 “정부 측에 고위험시설 기준을 알려달라고 문의해도 한 달이 넘게 돌아오는 답변이 없었다”며 “영업을 재개한다고 해도 현재 코인노래방에 적용된 ‘손님이 사용한 룸 소독 후 30분 뒤 재사용’등의 기준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