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단위사업 집행실적을 집계한 결과 중앙부처 33곳 중 27곳(82%)이 예산집행률 100%를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12월까지 실제 집행된 예산이 연초에 계획했던 예산에 무더기로 미달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주요 관리대상 사업 중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단위사업 454개 실적을 토대로 관련 부처별 현황을 집계한 것이다.
사업비 규모가 크다 보니 부처별로 미달된 예산집행액이 많게는 수조원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집행률이 85.8%로 중앙부처 중 가장 낮았다. 계획했던 예산(9조510억원) 중 집행된 예산이 7조7691억원에 그쳐 미달된 예산집행액이 1조2819억원에 달했다. 농업시설개선·다목적용수개발·농촌지역개발 예산 등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85.8%), 해양수산부(86.8%)도 예산집행률이 80%대로 부진했다. 이어 농촌진흥청, 국방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위사업청, 국토교통부, 새만금개발청 순으로 예산집행률 하위 10위권에 포함됐다. 통일부(135.7%), 금융위(101.7%), 국민안전처(101.7%), 외교부(101.3%), 교육부(100.7%)는 예산집행률이 100% 이상이었다.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97.8%)은 상대적으로 예산집행률이 높았지만 100%를 넘진 못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사업예산 집행률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정부의 주요 관리대상 사업 중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단위사업을 진행한 공공기관 28곳 중 11곳의 사업예산 집행률이 100% 미만이었다. 해당 사업예산은 정부 예산이나 공공기관 자체 예산으로 구성된다.
부산항만공사(61.4%), 한국가스공사(036460)(68.2%) 등 2곳의 사업예산 집행률이 60%대로 가장 낮았다. 한국도로공사(72.6%), 한국철도시설공단(77.6%)은 연초 계획보다 1조원 가량 사업예산을 못 썼다. 항만 인프라, 가스 공급설비, 고속도로 등 건설 관련 예산 집행이 부진했다.
이 결과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놓고 집행을 안 한 불용액(예산현액-총세출액-이월액)은 지난해 11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2000억원, 이명박정부 때(2008~2012년 평균)보다 5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불용률은 3.2% 수준으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이명박정부 평균 불용률 2.2%(2008~2012년)보다 높았다. 지난해 정부가 계획했던 예산보다 9조8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었지만 예산 집행에는 이전 정부보다 인색했던 셈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예산을 미리 짜놓고도 덜 쓴 건 정부 예산집행 능력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불용액이 많아질수록 국민이 재정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을 걷어 놓고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환율·금리 등 경제여건 변동, 건설 인허가 지연 등 불가피한 변수가 발생해 예산 집행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게 많다”며 “예산 집행이 부진한 사업에는 내년도 예산편성 시 가장 큰 삭감 (페널티) 요인으로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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