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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의 ‘김사부’를 자임하고 나섰다. 당내 인적쇄신을 재차 강조하며 메스를 내려놓을 뜻이 없음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의 독설 대신 고도의 절제미를 선보이며 환부(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핵심인사의 출당)만을 도려낼 것을 천명했다. 인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친박인사에 대한 전면전을 재선포하면서 새누리당이 다시 격량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인 위원장과 친박인사들 간의 힘겨루기는 어떤 타협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서로 ‘악성종양’ ‘거짓말쟁이’ 등 원색적 표현의 독설을 퍼붓고 친박 측이 비대위가 소집한 상임전국위를 조직적으로 저지하는 등 양 측의 갈등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 인명진, 비대위원장 사퇴 거부 “새누리당은 환자, 나는 수술하다 나왔다”
인 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이뤄진 인적쇄신은 미흡한 수준”이며 “(인적쇄신을)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완수해야한다”면서 위원장을 유지하며 인적쇄신 임무를 끝까지 완수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지금의 새누리당을 ‘환자’, 비대위를 ‘응급실’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나는 지금 수술하다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인적쇄신 만이)당이 살고 보수가 살고 나라를 살리는 일이며 저에게 부여한 당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서청원 의원이 지난 5일 주장한 ‘국회의장 밀약설’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인 위원장은 “내가 의장 지명권이 있는데 ‘(국회의장 직을)줄게’하면 밀약이지만 내가 (지명권이) 없는 것을 을 그쪽(서청원)도 알고 나도 안다”면서 “유신시대 대통령은 국회의장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신시대도 아니고 저는 유신시대 대통령도 아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오는 11일 원외당협위원장, 사무처당직자, 당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어 지난 6일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상임전국위원회를 이번주 중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무산 사태에 대해 인 위원장은 “당에 대한 무책임이며, 그들을 세워주신 당원들과 국민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는 역사적 쇄신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상임위원의 참여를 독려했다.
◇내부 파워게임 최고조..최종 승자는?
인 위원장이 다시금 인적쇄신 카드를 강하게 꺼내면서 새누리당 내부 파워게임은 파국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 내 인적쇄신에 실패할 경우 인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인 위원장 측이 사퇴를 거부하고 친박계 인사를 겨냥해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양측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양측의 파워게임은 지난달 30일 인명진 위원장이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인사를 향해 ‘인적청산’카드를 꺼내면서 불거졌다. 서청원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4일 서청원 의원이 인 위원장을 향해 “‘거짓말쟁이 성직자’는 당을 떠나라”고 반격했다. 서청원 의원의 강한 반발에도 인명진 위원장에게 힘이 실리는 듯 했다. 지난 5일만해도 이주영·김정훈·홍문종 등 30여명의 의원이 백지위임장을 제출하며 자신의 거취를 인 위원장에 위임했다. 친박계 핵심인사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난 6일 예정된 새누리당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상황이 다시 뒤바뀌었다. 상임위원회에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징계할 것을 경계한 친박 측에서 인사는 조직적으로 저지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다음주 중 상임전국위를 다시 소집한다”고 밝히며 비대위원장 사퇴를 거부하고 인적쇄신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저는 개인적인 정치적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쇄신을 통해 당이 새로워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되어 저의 임무가 끝나면 저는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때까지 칼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