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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 3600억 날렸다

김현동 기자I 2005.11.11 16:19:18

레프코 파산신청으로 3.6억불 펀드자산 날릴 판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37세에 월가를 은퇴, '월가의 전설'로 남아있는 짐 로저스(사진). 월가를 떠난 뒤에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세계 일주로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에는 '상품시장에 투자하라'(Hot Commodities)는 책까지 써 상품투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딴 상품지수('로저스 상품지수')까지 만들면서 개별 상품의 수급이라는 펀더멘털 분석을 통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상품투자자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가 미국 최대 선물중개회사인 레프코 파산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품투자 펀드가 레프코에 개설한 계좌가 레프코의 파산보호로 자금인출이 동결돼 자금을 날릴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레프코 파산 신청으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펀드자금은 3억6000만달러(약 36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가 된 펀드는 '로저스 인터내셔널 원자재 펀드'로, 유가를 비롯한 주요 상품가격을 추적하는 로저스 상품지수를 추적대상 지수로 하고 있다. 1998년 펀드를 만든 이후 현재까지 투자수익률은 217%가 넘는다.

그런데 '로저스 인터내셔널 원자재펀드'의 운용상황을 관리하는 빌랜드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자금인출 불가를 통보했다. 펀드 자산의 63%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레프코 캐피탈 마켓의 동결 자산에 묶여버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세 회피국인 버뮤다 소재 레프코 캐피탈 마켓은 역외 선물시장에 주로 투자했고, 레프코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법원은 레프코 캐피탈 마켓의 채권채무 관계를 동결했다.

로저스는 그동안 유가나 구리, 금처럼 가격 변동이 큰 상품에 투자할 때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상품선물 시장을 이용하고, 차입금을 동원한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

빌랜드 매니지먼트는 레프코를 상대로 고객 계좌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뉴욕 파산법원은 내달 중순 레프코가 연방상품거래 규정을 어겨 보호대상 계좌의 자산을 역외로 옮겼는지, 아니면 로저스의 운용철학과 반대로 운용사측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무리한 투자에 나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레프코측은 빌랜드 매니지먼트의 요청에 따라 보호계좌에 있던 2290만달러의 펀드 자산을 역외 레프코 캐피탈 마켓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레프코의 주장대로,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펀드 자산을 역외로 옮긴 것이라면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레프코 캐피탈 마켓 파산으로 투자금을 거의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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