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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킹달러·유럽 에너지난에 물가 정점 지연 가능성"…금리 더 올려야

최정희 기자I 2022.09.08 12:00:00

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간
달러 강세, 물가 추가 상승 압력…환율, 상반기 물가 0.4%p 높여
英처럼 단기 기대인플레 상승 지속시 장기도 들썩 우려
"인플레 기대심리 안정 위한 정책 대응 지속해야"
금리 인상 효과, 올 하반기부터 점차 가시화…소비 제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물가상승률 6.3%가 이번 물가상승기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또 다시 정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은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오를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8일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늦어도 물가가 10월에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종전 6.3%가 정점이 될 것이란 입장에서 후퇴했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은 다소 완화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악화될 경우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유럽의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유로화가 급락한 반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를 보여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 긴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환율 상승이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높였다는 분석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성장 흐름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간 소비는 완만하게 회복돼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단기(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4%를 상회하면서 물가와 임금간 상호 작용이 강화될 경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특히 물가상승기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과 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가 0.6으로 물가 둔화기(0.11)때보다 높은 편이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기업이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경향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은은 “국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목표(2%) 부근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영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가파른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다만 경제 성장세는 투자, 수출을 중심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금리 상승 등에 성장세가 약화되고 유로 지역은 에너지 수급 차질로 연말로 갈수록 경기 둔화 우려가 크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성장 둔화가 장기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봉쇄 정책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넘게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린 영향이 올 하반기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그간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이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을 확대시킬 소지가 있고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제약 효과가 집중될 전망”이라며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장의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주요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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