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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전쟁 없었지만…미 "러 병력 7000명 늘려" 신경전

김정남 기자I 2022.02.17 11:24:34

''공습 D데이'' 우려했던 전쟁은 없었다
러시아군 철수 높고 양측 날선 공방전
미 "러 거짓말…병력 7000명 더 늘려"
러 "서방 히스테리 아직 절정 아닌듯"
추후 신경전 불가피…전쟁 공포 지속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일단 ‘공습 D데이’는 무사히 넘어갔다. 미국이 천명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예상일이 밝았음에도 실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대로 끝난 건 아니다. 미국은 병력 철수를 주장하는 러시아를 향해 “병력을 7000명 더 늘렸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압박했고, 러시아는 “서방의 히스테리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날선 공방전 탓에 전쟁 공포는 계속 이어지는 기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제공)


◇미 “러 거짓…병력 7000명 늘려”

1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훈련 후 복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를 두고 “그 주장은 거짓(false)”이라고 대놓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언제든 공습할 수 있음에도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병력을 7000명 늘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는 가식(guise)”이라고 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보다 대러 비판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우리가 현재 파악하는 모든 징후는 러시아가 전쟁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동안 겉으로는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실제 공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실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MSNBC에 나와 “우리는 어떠한 군대 철수도 보지 못했다”며 “러시아 군대가 매우 위협적인 방식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최근 행동은 북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더욱 단합하게 만들었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목표와는 달리 러시아의 국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이날 통화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 위험이 여전히 높아 극도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이 러시아 압박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보고서를 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된 러시아군 규모는 14만80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약 15만명과 엇비슷한 규모다.

다른 서방 진영의 반응은 비슷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추가 병력을 보내고 있다”며 “긴장 완화는 없다”고 말했다. 나토는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려는 기류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토가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에서 4개 전투단에 4000명 규모의 신규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러 “히스테리 아직 절정 아닌듯”

러시아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군사 장비를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철로를 이용해 원래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지역이다. 러시아 남부군관구에 속한다.

이어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 군인들이 정례 훈련을 끝낸 뒤 탱크와 장갑차의 열차 적재를 마무리하고 1000㎞ 떨어진 기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천명한 침공 예상 D데이에 군대를 빼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 진영이 철군을 믿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방의 히스테리가 절정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인내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의 발표를 믿지 않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며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의 날선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러시아군의 철군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게 관건인데, 두 진영이 합의를 보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세운 러시아 야전병원의 해체 △수천㎞ 떨어진 극동 지역 부대에서 벨라루스로 파견된 러시아군의 완전한 복귀 등이 러시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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