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은 이미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 체제로 후계 구도를 결정했다. 앞서 2003년 농심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크다. 신 회장이 세상을 떠나도 오너 가족 간 다툼 없이 매끄러운 경영 승계를 위해서다.
신 회장은 부인 김낙양(89)씨 사이 슬하로 3남 2녀를 뒀다.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차녀 신윤경씨다.
신 회장은 농심과 율촌화학 지분을 각각 5.75%, 13.5%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 26일 코스피 종가 기준으로 농심 약 984억원, 율촌화학 663억 등 총 1646억원에 해당하는 상속 규모다.
|
이밖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부인이자 차녀 신윤경씨가 농심홀딩스 지분 2.16%, 신 회장의 부인 김낙양씨가 0.23%를 가지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1.41%)씨 등 오너 3세들과 친인척들이 소유한 지분도 현재 대부분 1% 미만이다.
신동원 부회장의 쌍둥이 동생 신동윤 부회장은 포장재 계열사 율촌화학을 승계했다. 율촌화학의 지분은 현재 농심홀딩스 31.94%, 신 회장 13.5%, 신동윤 부회장 13.93%, 신 회장 부인 김낙양씨 4.6% 등이 소유하고 있다.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직접 소유한 지분과 삼남 신동익 부회장의 지분은 없다. 따라서 그간 농심그룹의 계열 분리 방침을 감안할 때 신 회장이 남긴 율촌화학 지분은 신동윤 부회장에게 전량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일찌감치 계열사 메가마트를 물려 받고 농심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메가마트 계열 기업 지분들도 농심홀딩스와 얽혀 있지 않다.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 회장이 보유했던 농심의 지분은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상속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 별세 이틀 전인 지난 25일 농심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원 부회장을 재선임했다. 현재 농심 지분은 농심홀딩스가 32.72%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신 회장(5.75%), 율촌재단(4.83%), 신동익 부회장(1.64%), 신 회장 부인 김낙양씨(0.54%) 등이다.
이처럼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 유산을 신동원 농심홀딩스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을 중심으로 상속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지분 승계 시 50%(약 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하는 만큼, 그룹 내 공익법인 율촌재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일반공익법인의 경우 해당 기업 총 주식 수의 5%, 성실공익법인은 10% 또는 20%(주주 의결권 행사 제한시)까지 비과세 증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율촌재단은 성실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신 회장의 지분을 모두 흡수해도 10.58% 수준에 그친다. 비과세 한도 10% 이내 범위에서 신 회장의 농심 지분 대부분을 율촌재단으로 증여하고, 남은 약간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나누는 방법으로 중과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 지분 정리가 남아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되고 알려진 바 없다”며 “우선 고인 상(喪) 등 절차를 마친 다음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