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날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90바퀴.."기준 어긴 얼차려는 인권침해"

유태환 기자I 2016.04.21 11:13:25

인권위, 주의사항 미교육·규정 위반 지적..얼차려 정당성은 인정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군내 얼차려가 병영부조리와 가혹행위 등을 막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더라도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전역당일 완전군장으로 6시간 30분 동안 연병장 90바퀴를 돌게 한 얼차려 지시를 인권침해로 판단, 육군 A사단장에게 해당 대대장에 대한 경고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한 A사단장에게 이 사례를 지휘관들에게 전파 및 교육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김모씨는 전역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7일 이른바 ‘전역빵’(현역병이 전역자의 양해아래 일시적으로 구타하는 행위)을 했다는 이유로 피진정인인 부대 대대장으로부터 이튿날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90여 바퀴를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김씨는 전역한 뒤 같은 달 23일 해당 얼차려가 “정신적·육체적 가혹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김씨를 포함한 3명은 오전 8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약 3시간 30분,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약 3시간 등 총 6시간 30분 동안 250m 둘레의 연병장을 약 90여 바퀴(22.5km) 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연병장을 돈 거리는 육군의 얼차려 시행기준인 4km의 5배가 넘었다. 얼차려가 언제 끝날 지 지시할 수 있는 감독관은 현장에 없었다.

대대장은 인권위 조사에서 “병영부조리에 대한 신상필벌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얼차려를 직접 시행한 중대장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등 부여했기에 감정적 보복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도 이번 얼차려가 병영부조리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된 것으로 보고 정당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얼차려 지시과정에서 종료시간의 명확한 언급 없이 주의사항 등을 교육하지 않았고 육군의 얼차려 규정을 위반해 과도하게 시행했다”며 “해당 병사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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