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확정된 것은 민간표준 중 ‘잠정표준’이다. ‘잠정표준’이란 1년 이내에 총회를 거쳐 ‘일반표준’으로 확정할 수도 있고 표준을 제·개정할 수도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의 민간을 대표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채택한 만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UHD 표준을 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계와 지상파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엇갈린다.
정보통신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잠정표준 확정을 계기로 국가 자산인 주파수(700MHz)를 자신에게 몰아달라’고 압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지상파방송사들은 ‘안건으로 올라갈 때에는 잠정표준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왔다’라며 당황하는 반응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15일 지상파방송 3사가 제안한 ‘UHD 기술표준안’이 TTA 잠정표준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TTA는 지상파3사를 비롯한 케이블 등 유료방송업계, 통신업계, 기타 정보기술 업계 등 30여 개 사가 참석해 3분의 2 이상 의결을 거쳐 이같이 확정됐다. TTA 관계자는 “9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각 사에 서면의결을 받았다”며 “UHD외에도 다른 기술의 잠정표준을 일반표준으로 확정하는 안 등 15개 안건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일…지상파 보도 영향?
UHD표준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TTA 관계자는 “국가표준이든, 민간표준이든 다른 나라에서 UHD가 채택된 사례는 없다”면서 “다른나라는 당장 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SBS가 ‘8시 뉴스’를 통해 TTA ‘기술표준을 무기로 제 잇속 챙기기’라고 비판하는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TTA를 압박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보도는 당시 TTA 총회에서 지상파 방송사의UHD 기술 표준안이 부결됐는데, 이는 700㎒ 주파수 획득을 위해 이해관계가 엇갈린 통신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내용이었다. KBS, MBC, SBS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도 당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지상파 UHD기술 표준을 부결시킨 통신재벌, 시청자 주권의 후퇴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TTA 관계자는 “왜 당시는 아니고 지금 UHD 기술표준안을 잠정표준으로 했는가는 투표에 참여한 회원사들의 결정이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잠정표준이 된 UHD기술표준안에는 유럽방식만 포함돼 있어, 미국이 국가표준 등을 확정하게 되면 이를 넣어 다시 만들어질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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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직 세계적으로 지상파 UHD가 표준화된 사례도 없고, 일본이 우리나라가 준비하고 있는 UHD보다 4배 더 선명한 8K UHD를 목표로 생태계를 꾸리고 있어 지상파 UHD 표준화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자칫 잘못 결정하면 시청자들이 여러 번 텔레비전을 바꿔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예정하는 지상파 상용화 시기는 2016년이다.
하지만 조해진·전병헌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나 지상파방송사들은 당장 우리나라가 UHD 표준을 확정하고, 주파수도 UHD용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미디어시대에 플랫폼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내년이라도 서둘러 상용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있고, 이를 정치권은 지지하는 것이다.
이번 UHD 잠정표준에 대해 방송계와 통신계 시각은 엇갈린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TTA 안건으로 올라갈 때에는 표준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만 있었는데 잠정표준이 돼 당황스럽다”면서 “잠정표준은 1년 뒤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 무료보편적 UHD를 통신마피아들이 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지상파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를 몰아주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을 위한 재난망 주파수 배분 일정조차 지연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UHD 표준을 정한 나라는 하나도 없는데 잠정표준 확정 이후 지상파의 주파수 요구가 더 거세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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