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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의 화장실 청소보다 중요한 것[현장에서]

조용석 기자I 2023.08.14 12:45:56

74세 총리의 화장실 청소…행정체계 후진성 드러내
‘더위 대비·역할분담 중요’…6년 지적 전혀 대비없어
코로나 후 가장 큰 국제행사 실패…엑스포 불똥 우려
책임소재 따진 후 시스템 마련해야…되풀이 없어야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탈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공식일정이 끝났다. 월드컵, 하계·동계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를 모범적으로 치러내며 어떤 국제행사도 잘 치러낼 수 있다는 국민의 자부심에도 크게 생채기가 났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가장 큰 국제행사였기에 더욱 그렇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닫자 74세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새만금까지 내려가 화장실 청소까지 했다. 한 총리가 직접 셔츠차림으로 소매를 걷어붙인 채 변기에 묻은 오물을 닦았다. 한 총리는 K-POP 콘서트가 열린 11일에도 상암경기장을 돌아보면서도 화장실부터 찾았다. 총리가 직접 도시락에 바나나가 포함되면 잼버리 대원들이 껍질을 밟고 넘어질 수 있으니 메뉴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도 했다.

한 총리의 화장실 청소는 상황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하는 잼버리 비상대책반 반장의 절박함이자 잼버리 운영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메세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대한민국의 내각을 지휘하는 국무총리가 화장실 청소까지 신경써야 할 만큼 행정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부끄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2015년 잼버리 유치 후 8년이 넘는 준비기간과 10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잼버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는 이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짚었다. 2017년 타당성조사 결과보고서에서 KIEP는 ‘행사가 열리는 기간은 한반도에서 무더위가 가장 심하고 태풍·호우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운기간이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행사주관기관인 정부(여가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사이에 치밀한 역할분담 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KIEP의 6년전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모두 현실이 됐다.

잼버리 파행에 대한 조사는 여야 모두 얽혀 있기에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복기와 행정 체계 마련이다. 잼버리처럼 주관기관이 다수인 국제행사라면 특히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함께 한다면 누가 컨트럴타워를 맡게 될 것인지, 다수가 주관하는 행사의 준비에 대한 점검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명확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행정부 2인자이자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도시락 반찬을 지적하는 장면은 다시 나오지 말아야 한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철저한 복기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새만금 잼버리와 같은 참사는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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