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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 약 700명은 프랑스의 한 변호사와 바이낸스에 투자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집단소송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700여명은 지난 5월 19일 비트코인 4만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폭락장이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바이낸스 애플리케이션(앱) 먹통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 투자자들이다. 당시 바이낸스 시스템은 약 1시간 가량 멈췄다.
사고 직후 바이낸스 측은 “우리는 앱 다운으로 영향을 받은 사용자와 소통하고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앱 다운 문제에 대한 우려로 우리에게 연락하는 모든 고객들과 소통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의 임원 에런 공도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할 것”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성난 투자자들이 집단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입은 손실을 “돌려내라”고 바이낸스 측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어 현재 그룹채팅 앱 디스코드에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용약관에서 고객이 보상을 요구할 경우 홍콩 국제중재센터에 분쟁 해결을 요청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절차도 복잡하다. 프랑스의 중재 전문 변호사 아이자 레즈니스는 “평범한 소비자들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렵게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 출신 엔지니어 아난드 싱할(24)은 “13살 때부터 저축한 5만달러 중 2만 4000달러가 한 시간 만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료 투자자로부터 전해받은 보상요구 양식을 작성해 바이낸스에 보냈지만, 투자금 손실에 대한 면책 동의를 조건으로 ‘VIP 플랫폼’ 3개월 무료 사용을 제안해 왔다”며 “다시는 바이낸스와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낸스는 중국인 자오창펑이 지난 2017년 설립한 회사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이다. 수십개의 디지털 코인, 선물, 옵션, 주식 토큰 등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더블록크립토에 따르면 지난 5월 바이낸스의 암호화폐 거래량은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바이낸스가최대 125대 1의 레버리지 선물 투자까지 허용하는 등 0.8달러만 내면 100달러 상당의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한 가상화폐 가격이 증거금 밑으로 떨어질 경우 강제청산이 진행된다.
문제는 피해 고객들이 집단 소송을 하려 해도 바이낸스의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바이낸스는 세계 각국에 사무소, 거래소 등을 두고 있으며 본사는 조세 회피처 케이맨 제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본사가 따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은 “바이낸스는 전통 투자 플랫폼들과 달리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거의 없는데다, 본사도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해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어떻게 청원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립자인 자오창펑은 본사를 두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현지 거래소가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과 일본 등은 바이내스가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자국 내 영업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자금세탁 및 탈세 연루 혐의로 바이낸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