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1월 회의에서 국채매입 등의 추가 완화조치를 실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실효성 여부를 놓고 연준 내에서는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국채매입을 재개할 경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시행할 것이란 관측이 높지만 대규모의 구체적인 매입 목표치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국채 매입의 실제 규모와 금리, 실시 조건 등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 탄력적인 국채 매입에 무게
이미 시장에선 연준의 국채매입 등 추가완화 조치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따라서 관심은 구체적인 방법론에 쏠려 있고 연준은 기존 양적완화 때와 달리 국채매입에 나서더라도 탄력적 방식을 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구체적인 규모를 제시하는 `충격과 공포` 요법을 쓰기보다 다소 모호한 한도와 기간을 제시하는 이른바 `확장적(open-ended, extended period)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지속시키는 것. 이를테면 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국채매입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대규모 국채매입 발표보다는 1000억달러씩 점진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방법은 연준이 경제 여건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한다. 미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현 여건에서는 더 적절할 수 있다.
시장 입장에서도 연준이 매번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국채금리 하락을 이끄는데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준 내에서조차 첨예하게 엇갈리는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대립도 일부 무마시켜 가능한 만장일치 동의를 이끄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매입 규모·기간·조건 유동적..또다른 불확실성(?)
이처럼 탄력적 양적완화로 가닥을 잡을 경우 시장으로서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을 수 있다. 국채매입의 구체적인 규모는 물론 매입 속도와 기간, 매입조건 등이 모두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탄력적 추가완화시 국채매입 규모와 매입 금리 및 시기, 조건 등이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매입 규모의 경우 기존 양적완화 실시분인 1조7250억달러는 훨씬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6개월간 8000억~1조달러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전망했고 로이터 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5000억달러를,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1조5000억달러를 전망하기도 했다.
FT는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하락과 이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 실업률 향방에 따라 그 규모가 조율될 전망이며, 매입금리는 실제 매입 규모와 함께 연준의 국채매입에 대한 시장의 대응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봤다. 매입 조건은 특정 지표 수치보다는 그때그때 나오는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 확실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초기 매입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대규모의 매입 규모 제시만이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로이터 등은 시장이 이미 당연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많은 국채 매입 규모가 요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틸튼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주기적으로 국채매입 한도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동안 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더 많은 국채 매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동력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