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숙현기자]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특사조의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사실상 당국간 모든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번 `간접 접촉`이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를 틔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급 조문단이 구성된다면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조선노동당 김기남 대남사업총괄비서나 통일전선부장과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양건 부장 등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면`을 중요시 여기는 북측의 관례로 보아 이전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났던 김기남 비서와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올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당` 중심 국가인 북한에는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일 위원장 이외에 9명의 `비서`가 있다. 따라서 김기남 비서가 온다면 실질적으로 가장 고위급이 온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 아태위가 8월19일자로 김대중 평화센터와 임동원, 박지원 앞으로 전문을 보내왔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는 즉시 조전을 보낸 뒤 특사조의 방문단을 파견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측의 특사조의방문단은 조선중앙노동당 비서 및 부장을 비롯한 5명 정도로 구성되며, 체류 일정은 당일로 하되 필요하면 1박2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업무상으로는 김양건 통전부장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높은 급에서 사실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김기남 대남총괄비서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남 비서는 2005년 8.15 축전 행사를 위해 내려왔을 때,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던 인연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4시간도 안돼 조문을 보내고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예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확대 해석하면 우리 정부와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간접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측 조문단이 서울 체류기간 중 우리 정부 당국과 접촉할 것인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이은 이번 조문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측은 방문 시기를 장례식 전으로 하되, 유가족 측 의향를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문단은 북한 특별기를 이용해 서해직항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북측은 우리측에 "실무적 대책을 빨리 취하고 결과를 속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