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정부가 17일 경영수지 악화와 자금압박을 겪고 있는 신용카드사를 위해 종합대책을 내놨다. 주요골자는 대주주의 증자 등 자구노력을 전제로 카드관련 규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은 일단 카드발 금융위기를 조기에 틀어막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으로 일관, 신용카드 이용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카드사 경영 왜 악화됐나
정부는 카드사의 무분별한 출혈경쟁이 오늘날 경영악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자격이 안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를 발급하고 장기무이자 할부에 앞다퉈 나서면서 카드대출의 부실화와 연체율 급등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개월 이상된 카드 연체율은 2001년말 3.8%에서 지난해말 8.8%로 급증한 후 올 1월말 현재 11.1%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도 늘어 경영수지를 압박했다.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말 3조5000억원으로 1년새 2조3000억원이 늘었다.
카드사도 할 말이 많다. 수수료 인하 및 현금대출업무 비율 제한 등 정부의 카드산업정책이 시장 논리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의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이두형 감독정책2국장은 "재벌등 산업자본이 주로 카드업에 진출, 현금대출에 주력한 것이 문제였다"면서도 "관리감독 차원에서 감독당국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종합대책 시장안정에 기여..환영"
8개 카드전업사들은 상반기중 회사별로 1000억~5000억 등 총 2조원의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는 계획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정부는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현금대출 등 부대업무비율 50% 제한 준수시한을 1년 연장해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정부는 또 부실상각채권의 일반매각이 어려울 경우 자산관리 공사 등에서 카드사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연체율 산정기준을 보유자산기준에서 관리자산 기준으로 변경해 주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 업계는 "늦은감이 있지만 적절한 대책이었다"며 "카드사의 경영수지 개선과 시장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신전문금융기관협회의 이보우 상무는 "큰틀에서 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다만, 올 4월부터 적기시정조치에 포함되는 ▲적자발생 ▲연체율기준 항목의 시행도 늦췄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카드고객에 부담 전가..미봉책"
그러나 이번 정부조치는 결국, 신용카드 고객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수료 인상과 연회비 징구, 신용공여기간 단축, 부가서비스 폐지 등으로 회원들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신용카드 4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대책은 정부의 급격하고 무리한 규제정책의 실패를 카드사와 소비자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기만적인 미봉책"이라고 규정했다.
비대위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카드사의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지도에 의한 담합 시비"
이와 함께 여전협회가 지난주 발표한 ▲합리적인 연회비책정기준 마련 ▲수수료율 조정 등 경영수지개선방안이 정부 묵인아래 담합행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카드사 스스로 금년중 흑자기조로 전환될 수 있는 수준의 강도높은 수지개선대책을 강구하도록 유도하고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면서 여전협회가 마련한 이같은 방안을 소개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0년 삼성화재 등 11개 손해보험사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내세워 보험요율을 평균 3.8%씩 인상한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 7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손보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았지만 `행정지도`를 명목으로 한 담합행위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대책과 여전협회가 마련한 경영수지 개선방안을 면밀히 검토해보지 못해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투신사의 경우 카드채 환매요구에 대한 정부대책이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두형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SK글로벌 사태이후 카드채로 인한 수익증권 환매우려가 있지만 이는 사실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카드채문제는 크게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