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치매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치매 관리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증 환자는 의료비 부담을 줄여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증상이 시작되지 않은 초기 환자는 미리 선별해 증상의 진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치매치료제를 생산하던 제약사들이 치매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매약인 아리셉트를 개발사인 에자이와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리셉트의 지난해 국내 처방액은 629억원이나 된다. 삼진제약(005500)도 아리셉트 복제약인 뉴토인으로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근당(185750)은 뇌 영양제인 글리아티린으로 지난해 3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리아티린은 2015년까지 대웅제약(069620)이 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종근당에 판권을 넘긴 대웅제약은 자회사인 대웅바이오가 글리아티린의 복제약 글리아타민을 만들어 지난해 4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기적인 치매수혜주로는 명문제약(017180), 고려제약(014570), 명인제약, SK케미칼(006120), 씨트리(047920) 등이 꼽힌다. 이들 회사는 엑셀론의 복제약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엑셀론은 노바티스의 약인데,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지난달 24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6개월 동안 엑셀론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를 정지시켰다.
치매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진단법과 관련된 업종도 이번 정책의 수혜주로 꼽힌다. 퓨처켐은 치매 조기진단을 위한 양성자단층촬영(PET) 검사용 방사성 물질을 개발해 현재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 약은 뇌세포를 공격하는 독성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표지자 역할을 한다. 이를 이용하면 초기 치매를 발견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미생물 진량분석기를 전문으로 하는 아스타(246720)도 치매진단용 분석기를 연구 중이고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치매를 조기에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업계는 전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가 현재 15조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2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치매를 없애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치매 치료제는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 레미닐(성분명 갈란타민), 에빅사(성분명 메만틴) 등 4개 뿐이다. 이들 약은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막거나 신경을 흥분시키는 신호를 억제해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일종의 증상억제제이다.
동아에스티(170900)는 뇌세포 사이의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약의 동물실험을 끝냈다. 대화제약(067080)은 동물실험에서 독성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하고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메디포스트(078160)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현재 임상1, 2상이 국내에서 진행하고있다. 이외에도 일동제약(249420), 대웅제약, 동국제약(086450), 제일약품(271980) 등도 치매치료제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현행 20~60%에서 10%로 대폭 줄어든다. 중증 치매환자는 전체 치매환자의 16% 수준인 약 11만명으로 추산된다. 올해 12월부터는 전국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전문적인 치매상담과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치매 조기발견을 위해 시행되는 인지신경심리검사나 MRI(자기공명영상)검사 등 곡가의 비급여 검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