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이데일리 유선준 김재은 기자] 화재로 21명이 목숨을 잃은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이하 효사랑요양병원). 소방법상 의무적으로 스프링쿨러를 설치해야 하는 노인요양시설과 달리 요양병원은 설치 의무가 없는 등 허술한 규정 탓에 피해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효사랑요양병원은 이달 들어 두 차례 실시된 안전점검에서 모두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1명이 숨지고 8명의 부상자를 낸 효사랑요양병원은 화재 안전관리상 스프링쿨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고 28일 밝혔다.
정부는 2010년 11월 포항 인덕노인요양원 화재로 10명이 목숨을 잃자 노인복지법을 고쳐 요양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정작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예 누워 생활하는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은 기존 소방시설 기준이 그대로 방치돼 왔다.
이처럼 허술한 소방관리 규정 탓에 효사랑요양병원은 이달에만 두차례 안전점검을 실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음에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22일 전기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9일에는 병원에서 자체적인 안전점검을 벌였다. 또 21일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전남도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효사랑요양병원은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요양기관 평가인증을 받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연면적 300㎡ 이상인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스프링클러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인인구 증가 등에 따라 요양병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요양병원은 모두 지난해 말 기준 1262곳으로 2004년 113곳에 비해 11배 이상 급증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수는 올해 들어 4월까지 23만6222명이나 되지만, 요양병원 인력은 의사 4110명 등 총 1만4758명수준이다. 의사 1명당 요양병원 환자 58명을 돌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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