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여전…물류ㆍSI 뒷걸음질(상보)

김보리 기자I 2012.10.24 14:58:30

물류, 경쟁입찰 금액과 중소기업 직발주 모두 감소
SI, 전체 거래 증가율 보다 경쟁입찰 증가율 낮아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삼성·현대차그룹 등 10대 기업이 올 초 자율선언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키로 약속했지만 물류와 SI(시스템통합) 부문에선 뒷걸음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물류분야는 경쟁입찰계약 금액 면에서도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직발주 분야에서도 큰 소득이 없었다. 그룹별로는 삼성, 현대차, 롯데 등의 수의계약 비중이 여전히 높았던 반면 GS의 경우 경쟁입찰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0대 기업집단의 물류 분야 경쟁입찰계약 금액은 올 4월부터 7월까지 1429억71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물류 부분 전체 계약이 2% 정도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자정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중소기업의 직발주(그룹사나 1차 협력사를 거치지 않은 직접 발주) 증가율 역시 2419억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SI 부문은 올해 경쟁입찰방식으로 2286억900만원을 계약해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했지만, 전체 계약 규모가 8.9%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후퇴한 수준이다. 대기업들은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는 등 불공정거래 거래를 스스로 고치겠다고 다짐했지만, 거래의 전체 규모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지지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건설과 광고 부분은 경쟁입찰 방식이 소폭 증가했다. 건설 분야의 경우, 경쟁입찰계약 금액은 3조4646억87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다. 다만, 독립 중소기업 직발주 금액은 3조6346억9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건설경기 악화로 전체 건설 계약이 32%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광고부문의 전체 경쟁입찰은 1555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 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3% 정도 감소한 전체 광고 계약을 고려할 때, 실적이 개선된 것. 하지만, 광고의 경우 건설·물류·SI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계약 금액이 적어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 비율을 그룹별로 분석한 결과 삼성은 SI와 광고의 수의계약 비율이 94%, 78%로 높았다. 건설과 물류의 수의계약 비율은 36%와 35%로 경쟁입찰이 더 많았다. 다만 물류의 경우 지난해 83%에서 64%로 오히려 경쟁입찰 비중이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광고와 건설의 수의계약 비율이 74%와 63%를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았다. SI 분야의 수의계약 비율은 59%였다. 특히 물류는 수의계약 비율이 93%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SI와 건설, 물류의 수익계약 비율이 모두 80%를 넘었다. 한화의 경우 물류 수의계약 비율이 100%였다. LG그룹과 SK그룹 역시 광고와 SI, 건설분야의 수의계약이 지난해에 비해선 줄었지만 여전히 높았다.

반면 GS는 광고와 SI 수의계약 비율을 10%와 46%로 대폭 낮췄다. 건설과 물류 비율도 40%대로 낮아졌다.

한편, 10대 그룹은 올 초 공정거래 등을 주관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24개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9월 기준 23개로 이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증권·GS글로벌·대한항공 등 5개 기업도 내부거래위원회로 신설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류와 건설 분야에서 직발주 금액이 감소한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경쟁입찰은 건설이 60%로 그나마 높은 편이지만 광고, 물류, SI 분야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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