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원익 기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한나라당의 총선 구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연일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홍준표 대표의 사과와 최구식 의원의 당직 사퇴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야당에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까지 거론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다른 모든 이슈들은 디도스 후폭풍에 파묻히는 형국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표결 처리 이후 한 차례 미뤄진 당 쇄신 논의는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 역시 후순위로 미뤄질 전망이다.
◇ 잇따른 악재..쇄신논란 표류
한나라당은 5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은 디도스 파문으로 당 쇄신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현안 중에 국방개혁법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 주식 강제 매각 명령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뿐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쇄신 논의는 없었다"며 "경찰 수사 등과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 쇄신 논의를 위한 최고위원회를 열고 그때 (쇄신 논의를)마무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는 지난 10.26 보궐선거 이후 불붙었지만 잇따라 등장하는 악재에 밀려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 강행 표결 처리에 이어 디도스 악재까지 터지며 뜨거운 감자인 공천 쇄신 논의마저 쑥 들어가 버렸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차원에서 (디도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지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며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면 수사결과에 따라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요구가 있다면 수용할 정도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 원 최고위원은 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신 분이 이 문제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홍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도 디도스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여옥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야당의 국조요구 등 조사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예산국회 파행..예결위 소위 정회
한편,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산국회도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세다. 예산안 심의는 지난달 22일 한미 FTA 비준 강행 표결 처리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오전 10시30분께 내년도 예산안 증액 부분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당 참여를 촉구하는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의 퇴장으로 개회 25분만에 정회되고 말았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우리는 들러리인가. (심의)거부만 권리이고 권한인가"라며 반발했지만 정회를 막진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까지 일방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4시에 예산관련, 7일 오후 2시에 세제개편 관련 의원총회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디도스 논의에 묻힐 공산이 크다. 디도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수사가 진행중이라 딱히 할 얘기가 없다"라면서도 "(의총에서)디도스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사안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디도스 문제는 전일 최고위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며 "당이나 최 의원이 직접 연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홍 대표가 사과하신 걸로 일단 정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