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경기침체와 금리인하 영향으로 토지보상이 예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협의를 미루고 기왕이면 채권보다 현금으로 받으려 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14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사업단은 보상작업을 시작한 지난 7일 이후 5일(휴일제외)간 20%가 넘는 협의보상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올 6월까지 협의보상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지난 13일까지 위례신도시에서는 3326억원 규모의 협의계약이 이뤄졌다. 토공 위례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보상 초반에 돈이 급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을 감안해도 진행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며 "이르면 두달 안에 보상협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지보상이 전에 없이 빨리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땅값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땅값이 상승추세였기 때문에 협의를 하지 않고 수개월뒤 재평가를 받을 경우 협의 때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상시점이 늦어지면 그만큼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보상 담당자의 설명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보상작업을 벌이고 있는 강서구 마곡지구일대 역시 보상 진척이 매우 빠르다. 지난달 말부터 협의보상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곳은 지난 13일까지 44%(1조3582억원)에 달하는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마곡지구에 파견 근무중인 SH공사 한 관계자는 "보상인원이 증원됐지만 밤 10시~11시까지 협의를 진행하기가 일쑤"라며 "불경기라 현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빨리 보상금을 받겠다는 토지 소유자들이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소유자들이 현금보다 채권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도 최근 나타난 기현상이다. 이는 현재 위례신도시 3년만기 용지보상용 채권의 표면금리는 5.42%, 마곡지구는 5.76%로 현재 비슷한 채권의 유통수익률(4%대)보다 높아 되팔 경우 현금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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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례신도시의 경우 3억원(현지인 기준, 부재지주는 1억원) 이상 보상금의 경우 절반까지 현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보상집행의 70%가량이 채권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13일까지 현금보상 계약분이 940억원(28.3%)에 그친 반편 채권보상은 2386억원(71.7%)에 달한다.
전액 현금수령이 가능한 마곡지구에서도 채권으로 보상을 받아간 비율이 약 15%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SH공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탓에 땅값이 떨어질 우려가 커서인지 보상협의에 나서는 토지 소유자들도 매우 적극적"이라며 "토지소유자들이 실익을 꼼꼼히 챙기는 만큼 공사 입장에서도 보상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