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3년과 5년 금리는 5%대에 진입, 지난 1월말 이후 약 석달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외국계은행 한국지점에 대한 외화차입 규제 여파에 대한 우려가 일파만파로 커지며 시장에 공포를 키웠다.
외화차입을 통해 쌓아놓은 통화스왑(CRS)-채권매수 포지션이 풀리면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왔고,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팔자"가 속출했다.
이날 은행은 국채선물 일중 순매도 규모를 1만계약 이상 늘리며 시장 급락세를 주도했다. 국채선물은 한때 108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아직까지 외화차입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방침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대내외 재료와 상관없이 국내 채권시장은 당분간 외화차입 규제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고3년 6-6호는 전일대비 9.5bp 5.02%에서 장을 마쳤다. 국고5년 7-1호와 6-4호도 각각 8.5bp 급등한 5.035%와 5.075%까지 올랐다. 국고10년 6-5호 역시 6bp 오른 5.145%에서 장을 마쳤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3년이 8bp 오른 5.02%, 국고5년도 8bp 오른 5.04%를 기록했으며 국고10년과 20년은 각각 7bp와 6bp 오른 5.15%와 5.28%를 나타냈다. 통안 91일물의 경우 2bp 오른 4.91%를, 통안 364일물의 경우 6bp 오른 5.02%를 기록했으며, 통안2년이 9bp 오른 5.07%로 오름폭이 가장 컸다.
국채선물 지수도 전일대비 30틱 급락한 108.02에서 장을 마쳐 가까스로 108선을 지지했다. 은행이 1만925계약을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037계약을 팔았다. 중권과 투신이 각각 8995계약과 1041계약을, 기타법인도 2053계약을 순매수했지만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 거래랭은 1만6422계약에 달했다.
한편, 장내시장에서는 총 2조660억원이 거래됐다. 3년과 5년 지표가 각각 6750억원과 4400억원, 10년 지표가 3350억원을 기록했다. 물가연동채권도 60억원이 거래됐다.
◇외화차입 규제로 패닉..손절이 손절 불러
이날 채권시장은 하루종일 외화차입 규제에 촉각을 세웠다. 금융당국이 외화차입을 자제하는 정도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외화차입 절대규모가 줄어야 하고, 외화자금 조달과 운용자료에 대한 분석과 검사 의지를 내비치면서 시장의 공포도 갈수록 커졌다.
외국계은행의 CRS 페이-채권 매수 포지션 언와인딩 물량으로 현물시장에서 단기채 매물이 쏟아졌고, 소화가 여의치 않자 선물시장에서 매도가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은행은 장초반부터 선물을 매도하면서 1만계약 이상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은행이 1만계약대의 일중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5월이후 처음이다.
외국인도 장중 순매도로 돌아섰고, 투신도 한때 1000계약 이상 순매도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주금공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의 순매수가 일부 유입됐지만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금리는 오후들어서까지 상승폭을 추가로 확대했다. 오후들어 심리가 추가로 악화되면서 국채선물이 주요 지지선을 하향 이탈, 손절매물까지 가세했다. 국채선물 지수는 한때 107.98까지 내려서 108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편, 전날 증시 급락을 불렀던 중국 긴축 우려의 경우도 호재가 되지 못했다. 뉴욕증시가 강한 내성을 발휘하며 반등한데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하 급반등에 성공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전반적인 약세심리와 맞물리며 중국의 추가긴축에 따른 경기위축보다는 향후 성장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였다.
◇외화차입 규제 영향 지속..예단 말고 추이 살펴야
외화차입 규제 이슈 외에는 여타 재료가 필요없는 장이었다. 당분간 시장은 추가 시장영향과 함께 실제 외화차입 규제 절차나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미 심리가 상당부분 훼손된 만큼 기술적 반등이나 저가매수에 대한 논의는 당장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규제 여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신규차입분에 대한 제한에 국한될 것이라는 점과 외은들의 기존 포지션 청산 이후 장기채권 매수 가능성 등은 일말의 기대 요인으로 남아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외화차입 규제 파괴력에 대한 짐작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기존에 쌓아놓은 물량이 모두 풀린다고 가정한다면 파급효과 엄청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외은들이 기존의 포지션을 줄인 이후 신규 재매수 여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심리가 크게 다친 만큼 당장 가격반등을 논하기는 일러 보인다"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팀장은 "일단 정부로서는 금리보다는 환율 방어에 더 신경을 쓰면서 금리급등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환경 변화가 시장에는 더 큰 악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로 오히려 CRS 금리가 급락하면서 조달코스트는 더 떨어지고, 아비트러지 기회가 더 커지게 된다"며 "한국은행의 지준율 인상으로 환율이 하락했고, 이에 따른 선물환 매도로 CRS시장에서 투자여건이 조성된 매커니즘을 볼 때 당국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시각도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은들의 외화차입 규제의 경우 기존 포지션보다는 신규차입분에 대한 자제 요청 정도로 보인다"며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