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주식옵션 뒤를 이어 주식워런트증권(ELW)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ELW의 특성은 옵션과 아주 흡사하다. 가격결정 메커니즘도 같다. 증권사는 콜/풋 ELW를 매도하고 일반 투자자들은 콜/풋옵션을 매수만 할 수 있다. 유동성은 유동성 공급자인 LP(Liquidity Provider)를 선정해 시장조성을 하게 된다.
이처럼 LP가 있다는 것은 주식옵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현재 주식옵션의 거래가 부진한 것은 매수/매도 호가의 갭이 너무 크게 형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행사가격별 옵션가격도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만일 LP가 적정한 수준으로 호가를 유지시키고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다면 주식옵션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출발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LW는 상장상품이지만 발행사에 따라 발행조건이 달라지게 된다. 동일한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만기를 갖는 ELW라고 해도 발행하는 회사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발행조건은 발행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가 주식옵션에 비해 떨어진다. 표준화가 떨어진다는 것은 가격을 산출하는데 어려움을 가져다 주지만 반대로 다양화를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주식옵션과의 차별화가 관건
그러나 문제는 유동성 공급자를 제외한다면 주식옵션과 ELW의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입장에서는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매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주식옵션만큼도 메리트가 없다.
현실적으로 투자에 있어서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기관 투자가들은 자금의 규모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지만 자금의 한계를 갖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단기 방향성 투자에 국한될 것이다. 주식옵션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매수밖에 할 수 없는 ELW가 주식옵션에 비해 어떠한 장점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ELW는 주식옵션과 달리 기간이 다양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옵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ELW는 발행사의 리스크가 포함되어 있고 만기가 길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개별주식옵션의 이론가격이 산출되듯 ELW의 이론가격도 같은 방법으로 산출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비쌈을 평가하기 어렵지 않다. 비슷한 조건일 경우 가격이 싼 주식옵션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ELW와 주식옵션이 윈-윈(win-win) 상황으로 가기보다는 위너-루저(winner-loser)로 갈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식옵션과 ELW시장이 더해져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식옵션과 ELW시장의 합이 1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의존 불가피
ELW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ELW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여러 회사들이 국내 증권사들과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외국과 같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개념의 기관이 없기 때문에 ELW를 판매하기에는 자산규모에 문제가 있고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는 수준도 크지 않다. 따라서 초기 ELS 시장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발매한 ELS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ELW 매도는 변동성 매도를 의미하는데 ELS와 연계된 포지션은 변동성 매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변동성간에 매수/매도가 상충돼 포지션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시장 선점을 꾀하는 국내증권사와 포지션관리에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매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LP역할을 하면서 시장이 조성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
발매는 국내 증권사의 이름으로 설정될 것이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회사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지수옵션은 거래소가 지급을 보증하지만 ELW는 발매사가 모든 지급보증의 의무를 지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조건의 ELW라면 신용이 우수한 증권사의 상품을 사게 될 것이다. 결국 ELW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특정회사의 상품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LS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선점한 몇몇 증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후발 증권사들은 실제로 마진(margin) 구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추가로 장외파생상품거래를 허가 받기 위해 중형사들이 준비 중이지만 이들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가격 경쟁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증권사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가격 경쟁때문에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ELS시장과 같이 시장을 선점한 일부 대형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살아 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 필요
지수옵션에서 학습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ELW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서는 홍콩 ELW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지만 홍콩과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여건이 같지 않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지역으로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활동이 자유롭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홍콩과 같은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호주의 예를 보더라도 ELW에 앞서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한 경험이 있었지만 ELW시장이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ELW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옆 그래프 참조)
상품의 성향도 초반에는 단순한 형태의 상품인 플레인 바닐라(plain vanilla)가 주를 이루겠지만 상품의 형태는 빠르게 복잡한 구조로 변형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초기 ELS 시장에서는 지수를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갖는 넉-아웃(knock-out) 옵션을 첨가한 상품이 주를 이뤘으나 상품 구조가 빠른 속도로 복잡하게 변형돼 이제는 설계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 호주의 경우도 아래의 차트와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품의 형태가 점점 복잡하게 변형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래프 참조)
ELW시장의 발전에 따라 상품의 다양화 차원에서 상품이 plain vanilla 형태에서 이색(exotic)형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차별화의 목적만으로 상품을 어렵게 만들려 한다면 상품성이 떨어져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상품이 다양화되기 위해서는 투자기간이 길어야 하고 기관 투자자들의 필요가 발생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ELW 성패 여부는 LP에 달렸다
ELW는 성격상 주식옵션과 큰 차이를 갖지 않지만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LP가 있어 성공가능성이 주식옵션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상품은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고 있는 지수선물/옵션도 도입초기에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고 KOSDAQ50선물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ELW는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담당자`가 있기 때문에 호가 스프레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준다. ELW가 얼마나 빠르게 정착될 수 있는가는 LP가 얼마나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LW는 공모형식으로 발매가 되겠지만 초기에는 기업공개(IPO) 또는 증자시 주간사가 주식을 인수하는 것과 비슷하게 LP가 ELW를 일정부분 이상 인수한 후 시장조성을 통해 시장에 되파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초기단계에는 발매하는 기관이나 LP역할을 하는 기관 모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 나와도 투자자들이 상품을 모르고, 상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LP는 투자자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