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남양유업과 매일유업간의 요구르트 전쟁에 불가리아 대사관이 끼여들었습니다. 불가리아 대사가 자국이 요구르트 종주국임을 자처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특정기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산업부 피용익 기자가 이번 분쟁의 전말을 전합니다.
`불가리스`라는 발효유 제품의 TV 광고를 기억하실 겁니다. `불가리이이~스`라고 노래하며 끝나는 요구르트 광고 말입니다. 남양유업이 지난 90년 처음 내놓은 이 제품은 우리에게 불가리아라는 동구권 작은 나라를 `요구르트의 나라`로 각인시켰습니다.
15년 후인 지난 4월.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라는 이름의 발효유를 출시했습니다. 일종의 미투(me too) 제품이었습니다. 소비자들도 식음료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려니 했습니다.
발끈한 것은 남양유업입니다.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의 요쿠르트 신제품 `불가리아`가 자사 제품 `불가리스`와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판매 및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불가리스`의 인기에 편승한 `짝퉁` 제품이라는 게 남양의 주장이었습니다.
매일유업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불가리아`는 발효유 종주국인 불가리아의 국영기업 LB불가리쿰과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남양의 `불가리스`는 독일산 원료를 쓰면서 불가리아산인양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지요.
결국 지난 18일 매일유업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가리스 제품의 판매·유통·수출을 금지시켜달라"며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또 특허청에는 `불가리스` 상표 등록 무효신청을 제출했습니다. 상표권 분쟁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진 것입니다.
양사의 싸움이 더욱 흥미진진해진 것은 난데없이 불가리아 대사관이 끼여들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사보프 주한 불가리아 대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양사간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보프 대사는 "남양유업은 독일산 원료를 사용하면서 왜 불가리아와 비슷한 `불가리스`라는 이름을 쓰는지, 그것이 합당한 제품명인지,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불가리아`가 불가리아 국영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된 정통 불가리아 요구르트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요. 대사관이 특정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양측의 주장은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남양유업 입장에서 보면 매일유업이 이름 3음절이 같은 `불가리아`를 출시해 `불가리스`의 인기에 편승하려 한 것이고, 매일유업과 불가리아 대사의 논리대로라면 남양유업은 불가리아와 관계가 없으므로 `불가리스`라는 제품명이 합당치 못한 것이겠지요.
쟁점은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요구르트 종주국인 불가리아의 이미지를 차용한 짝퉁인지, 아니면 후발업체인 매일유업의 `불가리아`가 `불가리스`의 이름을 도용한 짝퉁인지 하는 것입니다. 결국 누가 원조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음식점이 모여있는 곳이면 원조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원조 할매집` `진짜 원조집 `내가 진짜 원조` 등의 간판들입니다.
요구르트에 원조논쟁이 벌어졌고 그 싸움에 불가리아 대사관까지 끼여들었습니다. 양사간의 분쟁은 이미 법정으로 간 상황입니다. 법원은 어느쪽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자못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