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를 살리자)④회복 "기다릴 때 아니다"

강종구 기자I 2004.06.18 14:58:00

재정정책, 구멍만 메우러 다닌다
소득 늘리고 세금줄여야

[edaily 강종구기자] 시장에는 낙관론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앞에 호재는 없고 악재만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밖으로는 고유가와 중국 및 미국의 긴축이 버티고 섰고 안으로는 소비와 투자가 중병을 앓고 있다. 설사 환율하락을 막는다 해도 수출은 둔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이미 긴축에 돌입했고 미국의 성장탄력도 하반기에는 갈수록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는 회복이 가물가물한 지경이라고 한다. 고유가와 부채부담으로 소비는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들은 등을 떠밀어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기대했던 고용회복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내수살리기에 모든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이 줄기 전에 내수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줘야 경제가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재정정책, 구멍만 메우러 다닌다 정부와 여당은 하반기에 4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2조원과 기금여유자금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한다. 확대된 재정은 저소득층 생활안정과 노인 복지,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입된다. 그러나 내수부양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조중재 연구원은 "정부 재정지출은 종잣돈이 돼야 한다"며 "펌프질을 해서 실물경제에서 돌고 돌아야 하는데 투입 즉시 소진돼 버리는 일회성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대상 면면을 보면 돈이 들어가서 바로 소비로 빠져나오는 쪽이라는 지적이다. 시티글로벌마켓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도 "구멍이 생긴 곳을 일시적으로 메워주는 것밖에 안된다"며 "정부는 사실상 내수를 적극 부양하기보다는 시간을 벌어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JP모건 임지원 부지점장은 "추경규모가 생각보다 적기도 하거니와 체계적인 승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회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효과는 향후 2분기 정도까지만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 기를 살리자"..소득 늘리고 세금줄여야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자들은 낙관만 하지말고 내수부진에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오상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수는 현재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종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불안은 가계부채 누적, 고용악화로 인한 소득기반 훼손, 교육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때문에 유효수요 기반 자체가 크게 침식당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자생적이고 순환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의 고용대책이나 소비부양 대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또한 수출이 잘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 수석은 "수출주종 품목의 국산화비중이 일본은 95%에 달하는데 한국은 55% 수준"이라며 "수출호조는 설비투자보다 IT관련 자본재 수입을 늘린다"고 꼬집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 전문가들이 강력 추천하는 대안중 하나는 "세금감면"이다. JP모건 임 부지점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며 "중소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좋고 법인세도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상황이고 이런 저런 준조세도 많아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임 부지점장은 "특히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가 실제로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 반면 내수에 치중하는 중소기업들은 세금체계가 복잡해서 그런지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발빠르게 세금 조기환급에 나선 것을 따라할 필요도 있다는 조언이다. 적용세율이 내려갔으면 해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현금으로 되돌려 주라는 것이다. 임 부지점장은 "현 정권에서 가장 기대한 것이 세금감면이었다"며 "IMF이후 조세부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반대"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조중재 연구원은 "감세가 소비를 살리는데 가장 효과적이기는 한데 그것이 어렵다면 세금공제가 되는 근로자주식저축 도입처럼 간접적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권했다. 또 미국처럼 주식투자손실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줄수도 있다. 주가가 오르면 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주가급락을 막을 장치도 된다는 것이다. ◇ 부동산시장 경착륙 막아야..콜금리인하도 고려 최근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것에 대해 시티 오석태 이코노미스트이 해석이 독특하다. "당장 먹고 죽을 돈이 없으니 현재 소득을 늘려달라는 얘기"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돼도 소비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빚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개인 저축률 상승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소득은 없고 저축은 늘어나니 소비가 될리 없다. 따라서 소득을 늘려주거나 저축률 상승을 막아야 한다. 오 부장은 "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수개월 내에 인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승 한은 총재도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급락하면 4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절반인 주택담보대출은 대거 부실로 몰리게 된다. 자산소득이 급감하니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JP모건의 임지원 부지점장은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내부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규제도 강력했을 뿐 아니라 은행의 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 후 대부분의 대출이 만기연장되고 있어 집값 하락과 맞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개발 프로젝트에 행정수도 이전같은 이벤트도 경착륙 확률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임 부지점장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방향은 맞는데 그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착륙 위험을 차지하고라도 양도세 산출기준이 실거래가로 바뀌거나 재산세가 인상되는 것으로 인한 부담을 다른 쪽에서 상쇄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장치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콜금리를 내리면 이자소득으로 먹고 사는 부자들의 소비마저 줄어들게 된다"고 부작용을 먼저 걱정하던 임 부지점장은 "부동산시장이 경착륙 조짐을 보인다면 당연히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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