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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떡을 누가 먹는다고!”
소설가인 큰딸은 고향에 있는 수화기 너머 늙은 엄마에게 앙칼지게 소리를 지른다. “3년 전에 가져온 떡도 냉장고에 처박혀 있어 제발 그런 것 좀 하지마” 딸은 다시 한 번 엄마에게 성질을 부린다. 엄마는 그저 딸의 말이 서운해 “다 갖다 버려라”고 되받아치며 억장이 무너진다.
신경숙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는 뮤지컬로서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춤과 노래보다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비중이 더 높아서다. 앙상블의 춤만 있을 뿐 주연 배우들의 춤도 없다.
신승훈과 김건모의 히트곡 작곡가로 유명한 김형석이 극에 쓰인 17개의 넘버를 작곡했다. `미안하다`와 `엄마를 부탁해` 등의 테마곡은 극의 정서와 어울리지만 듣자마자 뇌리에 남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뮤지컬을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빈약한 춤과 노래에 실망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무대 세트 역시 평범하다.
하지만 17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인 원작의 힘은 특히나 이야기 구조가 약한 한국창작뮤지컬의 약점을 보완한다. 덕분에 2시간의 공연 시간 내내 뮤지컬다운 장면은 보기 어렵지만 지루하지 않다.
원작 속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병렬로 배치해 시공간을 넘나들고 엄마와 자식 간의 갈등과 해소과정을 극적으로 뽑아냈다. 각 에피소드마다 유기적인 호흡도 돋보인다. 결정적으로 엄마를 잃어버린 자식의 죄인 된 심정으로 무대를 보다 보면 어느새 절로 가슴이 메어온다. 거기에는 큰딸 역을 맡은 차지연과 엄마 역을 맡은 김성녀의 호연이 큰 몫을 한다.
연극은 세종문화대극장과 국립박물관 극장 용에서 두 번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은 이번이 초연이다. 연극에서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한 엄마의 삶이 `여자의 일생`으로 그려졌다면 뮤지컬은 엄마의 사랑을 잊고 산 자식들이 바치는 `불효자는 웁니다`의 정서가 주를 이룬다.
불효자는 관객뿐 아니라 무대 위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노래가 약한 뮤지컬이란 한계 속에서도 `엄마를 부탁해`의 넘버들이 울컥울컥 하는 이유는 배우들 역시 `불효자`의 심정으로 노래하며 극에 몰입해서다.
그 모습은 연극과 또 구분되는 뮤지컬만의 감동이다.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를 춤과 노래가 부족하다 해서 뮤지컬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6월19일까지 공연. 티켓가격 9만~3만원. 문의(02)2230-6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