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상 신세계(004170) 이마트 대표는 16일 이마트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상품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마트 고유의 브랜드로 내놓는 상품이 유명 브랜드의 시장을 상당 부분 빼앗게 될 것이란 얘기다.
유통업체의 바잉파워(Buying power)를 모르고 보면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 가령 잘 알려지지도 않은 즉석밥 브랜드 '왕후의 밥'이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거머쥔 CJ(001040)의 '햇반'과 맞붙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 1위 브랜드와 나란히 진열
신세계에 따르면 이마트 왕후의 밥은 가장 잘 보이는 즉석밥 판매대에 햇반과 나란히 진열된다. 국내 1위 브랜드 상품과 가격·품질을 비교해 달라는 뜻이다. 곧바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 왕후의 밥이 40%나 더 싸다. 믿을 만한 제품인가 궁금해 제조사를 뜯어보면 의심은 사라진다. 이미 경쟁력 있는 즉석밥 제품을 팔고 있는 대기업 동원F&B(049770)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전국 107개 이마트에서 이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그리고 무시못할 숫자의 소비자들은 결국 왕후의 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자체 브랜드 상품은 유통업체가 소비자 수요에 최적화시킨 상품을 주문 생산하기 때문에 동급의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 특징. 제휴 납품업체는 일반 중소기업에서 별도의 유명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이날 이경상 대표는 기자감담회를 열고 PL 상품 비중을 지난해 9.7%에서 2017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전체 판매 상품의 20% 이상을 PL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선언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지닌 코카콜라는 물론, 의류와 전자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먼저 오는 18일 고품질 가격주도형 PL(Private Label) 상품을 전국 점포에서 동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과·야채에서부터 가전·생활용품에 이르는 총 6개 브랜드로, 3000여 품목에 달한다.
◇제조업체 사정 악화 우려도
PL 확대로 인해 NB 제조업체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영·미 지역 대형 할인점의 경우 NB 상품 비중이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가공 식품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심하다. NB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PL 상품 제조업체나 NB 업체 모두 지나친 마진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업계 전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상 대표는 결과적으로 PL 상품 확대는 품질과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NB 상품의 악순환 구조를 깨고 유통·제조업체의 윈-윈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아래 그림).
이 대표는 "원가구조 개선, 협력회사와의 전략적 제휴, 산지 직거래 및 해외 소싱의 확대 등을 통해 상품 가격을 리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 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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