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면 뭐해"..미 기업 연금결손 확대

강종구 기자I 2003.10.24 14:19:48
[edaily 강종구기자] 올해 미국 주요 상장회사의 기업연금 결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최근 조사결과 올해 주식시장이 강세로 마감한다고 해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편입기업의 연금 결손이 줄어드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지난해 말 수준에 비해 거의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기업연금 결손은 2250억달러였으나 올해말에는 247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금자산은 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11.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래 연금 지급 예정액인 연금부채가 더 많이 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지온은 인터뷰에서 “올해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연금결손이 줄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올해 연금플랜은 오히려 악화돼 왔다”고 말했다. 지온은 S&P500 편입기업들의 연금플랜이 올해 말 평균 25% 가량 잠식될 것으로 추정했으며 AMR, 델타에어라인, 굿이어타이어, 맥더모트인터내셔널 등 4개 업체는 완전 잠식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S&P500지수는 33% 급락했고 지수 편입기업의 연금플랜은 2000억달러 이상을 날렸다. 올해들어서는 주가가 9월말까지 13% 가량 상승했지만 연금의 결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매년 일정 금액을 받는 연금 수여자보다 한꺼번에 퇴직금을 찾아가는 퇴직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미래에 받을 연금의 현재가치가 증가하게 되는데 올해 시중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이었다는 지적이다. CSFB에 따르면 S&P500기업 중 연금운용의 책임이 기업에게 있는 확정지급형(DB형) 연금플랜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369개사이고 나머지는 401K 같은 확정갹출형을 선택하고 있다. DB형 기업연금의 경우 결손이 생기면 회사가 이를 벌충해야 한다. 연금플랜이 결손인 기업 수는 지난해 334개에서 올해말에는 340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연금 대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올해 부담해야 할 연금료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8일 미국 하원은 기업들이 미래 연금지급액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최소 연금기여액도 줄게 됐다. CSFB에 따르면 DB형 연금플랜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당초 390억달러 가량의 연금료를 올해 내야 했지만 정부 대책이 의회의 승인을 얻음에 따라 210억달러만 부담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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