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을 유희로 생각하는 요즘 시대엔 오럴섹스를 주고받기 꺼리는 사람은 재미없는 파트너로 여겨진다. 또 자위 같은 경우 현대 성의학에선 스트레스 완화 등의 장점을 들어 적당히 혼자 즐기는 것을 권하고 있다. 이렇듯 과거엔 ‘비정상’이었던 성행위가 사회 통념이 변함에 따라 ‘정상’의 범주에 들어오기도 한다.
한편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도 이상(異常) 성욕을 제각기 다르게 정의한다. ‘변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군가는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내보이는 ‘버버리맨’을, 누구는 포르노를 즐겨 보는 사람을, 또 다른 이는BDSM(구속, 복종, 가학-피학을 포함하는 성적 활동)을 즐기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파트너 섹스를 할 때 ‘정상위’이외의 다른 행동은 변태적으로 여기지만, 누군가는 다양한 체위와 자극을 시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한 사람이 비정상으로 여기는 행동이 다른 이에겐 충분히 ‘정상’일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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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상 성욕은 매우 다양하고 주관적이다. 물론 노출증이나 소아 성애 장애처럼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성도착은 장애로 분류돼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맘속에 특이한 판타지를 품거나 조금 색다른 성적 즐거움을 갈망하는 것은 크게 걱정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5)의 자료표에서 ‘이상 성욕’과 ‘성도착 장애’를 구분 할 것을 강조하며,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병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즉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합의된 관계 안에서 이색적인 성 행동을 하는 것은 정신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젠 과거 손가락질의 대상이던 ‘비정상 성행위’가 유행이 되기도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상야릇한 변태 취향’으로 여겨왔던 BDSM은 최근 몇 년간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력적인 백만장자이자 가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리며 평범한 ‘바닐라 섹스’만 하던 이들의 호기심을 촉발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선 책이 대히트한 이후 섹스토이 판매가 급증했고, 아울러 익숙지 않은 구속형 성인용품을 쓰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수도 도드라지게 늘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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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랩 역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탐험하는 것을 응원하지만, 타인이나 파트너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욕구만을 앞세우는 것은 최악의 변태 행위라고 생각한다. 성인용품을 부담스러워하고 무서워하는 파트너에게 억지로 섹스토이 사용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폭력 행위다. 무엇을 하건 합의하에 해야 한다. 또 어떤 이색 성행위를 즐기건 사회적, 혹은 일상의 영역이 침범당할 정도로 지나쳐선 안 된다. 만약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상 성적 충동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힌다면 그건 건강한 성욕이 아니다. 전문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길 권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야릇한 욕구가 있다. 가끔 그 욕망이 꿈틀댈 때 자신이 들여다봐 주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 누구도 먼저 알아채고 충족시켜줄 수 없다. 물론 입 밖으로 내기에 부끄럽고, ’변태‘로 몰릴까 봐 두렵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의 욕망마저 이해하고 함께 즐거움을 발견해보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큰 묘미중 하나이지 않을까. 어쩌면 누군가 알아챌까 두려웠던 내 ’킹크‘가 특별한 비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