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타계 86일만 추도식…"뜨겁게 살다 바람처럼 갔다"

김용운 기자I 2015.10.30 11:30:26

3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서
장남 등 유족·문화인·시민 등 200여명 참석

고 천경자 화백 추도식에 설치한 영정(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어머니가 남겨놓은 예술은 모든 사람의 가슴에 남아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추도식이 타계 86일 만인 30일 오전 자신의 대표작을 기증한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렸다.

천 화백의 장남인 이남훈(67) 씨와 차녀 김정희(61), 사위 문범강 씨 등 유족이 주최해 연 추도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소개, 조사 및 추도사, 유가족 대표 인사 및 헌화 순서로 진행했다.

추도위원장인 김종교 문화유산신탁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뜨겁게 살다가 바람처럼 갔다. 열정으로 실천했던 숭고한 작가 정신을 마음에 새기겠다”며 “2024년 천경자 화백의 탄생 100주년까지 천 화백의 유지를 숭앙하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천 화백을 생전에 취재했던 정중헌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붓 하나로 자신을 해방한 스타화가이자 인생을 축제처럼 산 화가였다”고 고인을 기린 뒤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온 선구자로서 은관문화훈장 이상의 공적을 기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조사에 나선 장남 이씨는 “별세 소식도 제때 전하지 못했다”며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어머니의 심경을 현실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시게 해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남겨놓은 예술은 모든 사람의 가슴에 남아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제 어머니가 그토록 그리던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전뢰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최성숙 문신박물관장, 이숙자 고려대 전 교수, 이성순 이대 명예교수 등 문화인과 시민 200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추모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1월 1일까지 서소문본관 천경자 상설전시실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고인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인 천 화백은 지난 8월 6일 큰딸 이혜선(70) 씨 미국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타계했다. 이씨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탓에 지난 22일 언론보도로 뒤늦게 타계소식이 전해졌고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이 이날 추도식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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