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미국 머니마켓펀드(MMF)들이 지난 1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미국 10대 MMF들은 올 상반기에 전체 운용액 6520억달러(약 725조3500억원) 가운데 15%를 유로존 은행에 단기 예금과 채무 증권 형태로 예치했다.
이는 유로존 붕괴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약 90% 증가한 것으로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피치의 마틴 한센 거시경제 신용 담당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 MMF의 귀환은 유로존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FT는 미 MMF의 유럽 귀환 과정에서 프랑스 은행들이 가장 큰 혜택을 누렸다고 전했다. 미 MMF들은 1년 사이 프랑스 은행 투자(익스포저)를 255%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는 “유로존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된 데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공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7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로부터 두 달 뒤 무제한 국채매입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FT는 다만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미 MMF의 할당 비중은 2006~2011년 총자산의 3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편”이라며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존에 할당됐던 많은 자금이 캐나다와 일본으로 옮겨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MMF는 유럽 은행권이 달러화 자금을 융통하는 주요 창구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MMF가 황급히 유로존 내 자금보유 비중을 줄여 유럽 내 자금난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