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삼성카드(029780)가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15년만에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의 고리가 끊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지배행태가 수직구조로 개편됨은 물론 지주회사 설립이나 3세 경영구도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에버랜드 지분이 어떻게, 어디로 매각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5년만에 해소되는 순환출자구조
14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 가운데 5% 이상 초과분을 매각하기 위해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가 이 가운데 20.64%를 내년 4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며 "매각이 이뤄지면 순환출자구조가 수직으로 바뀐다"고 덧붙였다.
현행 금산법은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08년 4월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룹 순환출자구조를 4~5년내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수직구조로 바뀌게 된다.
지분 매각을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상장사 기준) 20% 이상을 확보해야하므로 수십조원의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돼 결코 단기간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에버랜드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 밑에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0083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삼성생명(032830)을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금융지주사로 만드는 구조다.
아예 삼성생명을 보험지주회사로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지주회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 3세 후계구도 정립 위한 신호탄?
이번 매각은 외형적인 지배구조에만 변화가 생길 뿐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 지배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소유 구조는 삼성카드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사장 및 이서현 부사장 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이다.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이재용 사장이 최대주주가 되고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3자녀인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3세 경영인들의 후계 구도 정립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각을 계기로 계열 분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후계 구도가 속도를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중인 그룹 주요계열사의 지분정리 방향이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어떻게?
현재로서는 블록딜을 통한 제3자 매각 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제3자 매각 방식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외국 증권사에 매각제안서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블록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의 적정 기업가치는 지분가치와 사업가치를 합한후 순차입금을 차감한 결과 5조3480억원 주당 214만원으로 추산된다.
주당 200만원의 가격으로 블록딜이 이뤄질 경우 에버랜드 지분 매각 대금은 1조원을 넘기게 된다. 여기에 삼성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주당 25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주관사가 정해지면 통상적으로 2~3주내 블록딜 매각 작업이 완료되므로 늦어도 10월중에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블록딜 방식의 외부 매각보다는 그룹내 계열사 매각 또는 자사주 매입 등도 방안으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각 방식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매각된 지분의 향방도 관심사이지만 매각에 따른 에버랜드의 상장 추진 가능성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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