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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망명지 구글 너마저…

임일곤 기자I 2008.07.25 15:33:12

구글의 유튜브, 경찰청 공문받고 UCC 재생중단 조치
"저작권 위반 조치한 것, 알권리 침해 아니다" 해명
"규제 피해 명명갔는데 안전지대 없나" 푸념도

[이데일리 임일곤기자] 정부의 인터넷 여론 규제 덕에 구글이 네티즌들의 '망명지'로 급부상한 가운데 구글에서 조차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글이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의 성매매 영업 의혹를 다룬 동영상 게시물을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차단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네티즌들이 정부의 인터넷 관련 규제를 피해 정부나 기업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해외사이트인 구글로 활동무대를 옮겨가는 추세여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구글 등에 게시물 삭제요청

25일 구글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사이트 `유튜브`는 지난 5월27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팀으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특정 동영상에 대해 삭제 요청을 받고 해당 게시물을 IP 블록(임시 차단)처리했다.

경찰청은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이 투자한 호텔의 성매매 영업 의혹을 다룬 `부산MBC` 보도물을 `명예훼손`이라며 구글코리아측에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글측은 해당 동영상 2개에 대해 국내에서 접속한 네티즌들이 볼 수 없도록 IP 블록 처리를 했다. IP 블록이란 일종의 블라인드(임시 삭제)로 해당 동영상의 재생을 제외한 모든 것은 기존 게시물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검색결과와 댓글, 페이지 등은 그대로 놔둔 채 동영상 재생만 막아 놓는 것이다.

경찰청은 구글 외에도 NHN(035420) 네이버와 다음(035720), 야후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해당 동영상의 삭제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들 포털들은 정통망법에 따라 임시 삭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그간 구글이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에서 구글의 이번 게시물 차단 조치는 네티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구글 "저작권 침해라 막은 것 뿐"

구글코리아측은 "약관에 따라 처리한 것일 뿐"이라며 최근 이슈와 결부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자칫 구글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경찰청으로부터 2건의 동영상에 대해 명예훼손 이유로 삭제 요청이 들어와 IP 블록처리를 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나중에 구글 본사 법무팀은 해당 게시물이 명예훼손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약관 내용상 저작권을 위반한 게시물이 있다고 인지할 경우 IP 블록 처리를 하고 있다"며 "때문에 이미 IP블록으로 처리된 게시물을 다시 회복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받아 게시물에 대해 임시 조치를 취해놨으나 나중에 구글 본사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 하지만 해당 게시물이 저작권을 위반했으므로 굳이 게시물을 살릴 필요는 못느꼈다는 설명이다.

구글코리아측은 "이번 건은 경찰청에서 공문이 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보는 것 같은데 처리 방법은 똑같다"라며 "사용자 알권리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최선의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 피해 구글로 망명갔는데.."

최근들어 네티즌은 정부와 한나라당 등이 인터넷 여론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정부나 기업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해외사이트로 이동하고 있다. 토론 기능을 갖춘 `구글 그룹스`가 다음 아고라를 대체하고 있고, 유튜브나 야후 등도 네티즌들의 망명지로 각광받고 있다.

방통위가 포털 다음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관련 게시물에 대해 삭제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키로 하는 등 인터넷 여론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정책이 계속되자 이러한 사이버 `망명`은 가속화 되고 있다.

실제로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초 오픈한 구글의 유튜브 한국 사이트는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65.85%)을 보였다. 현재 유튜브는 국내 20여개의 동영상 관련 사이트 중 3~4위를 기록할 정도로 방문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게시물 차단 사건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은 구글코리아측의 모호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이젠 구글도 넘어가는 건가"라며 씁쓸해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우리나라 포털에서 그런 동영상이 있었고, 권리침해제도에 의해 임시삭제 당했다면 30일이 지난 후까지 권리침해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다시 살아나야 마땅한 것 아니냐"며 구글의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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