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애플이 최신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2 버전을 배포하면서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대전’에 뒤늦게 본격 참전했다. 내년 초 한국어 지원에 앞서 영어 버전으로 미리 체험해 보니 애플이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닌 ‘묘수’를 둔 느낌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에 포함된 기능들은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가 한발 앞서 선보인 것들이라 새롭진 않았지만, 아이폰 기본 시스템에 매끄럽게 녹여 사용자가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16 프로에 iOS18.2 버전을 설치한 후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꿔 새롭게 추가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이용해봤다. 아직 지원 언어가 영어로 한정돼, 이 기능을 사용해보려면 설정 앱에서 시스템 언어와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 언어를 모두 영어로 바꿔줘야 한다. 설정을 바꾸고 기기를 재부팅하면 전에 없던 앱과 기능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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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서 이모티콘 버튼을 누르니 새롭게 추가된 젠모지 생성 아이콘이 보였다. 이 아이콘을 눌러 ‘선글래스를 낀 슈나우저’, ‘과학 실험을 하는 슈나우저’ 같은 설명을 입력하자 거의 즉시 이미지가 생성됐고, 이미지를 옆으로 넘기면 계속 조금 변형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AI로 재치있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공유하는 게 너무 간편하고 빨라져, 젠모지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외에도 애플 인텔리전스에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완드’ 등 이미지 생성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이 도입됐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사진 라이브러리에서 이미지를 선택하면 AI가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완드는 메모앱에 결합된 이미지 생성도구다. 메모앱에서 펜 도구를 누르면 요술봉처럼 생긴 펜이 보이는데, 이것을 눌러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AI 이미지 생성은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애플은 키워드 입력·선택만으로 쉽고 빠르게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한층 신경썼다. 메모앱에서 완드를 선택하고 성(castle)과 숲(forest), 꽃(flower) 등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숲에 둘러싸인 성의 전경을 스케치한 그림이 완성됐다. 항공샷(aerial shot)이란 키워드를 추가했더니, 더 멀리서 보고 그린 느낌으로 앵글이 바뀌었다. 마이너스 표시를 눌러 키워드를 삭제하면 이미지도 다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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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메라로 주변 기능을 탐색해주는 ‘비주얼 인텔리전스’ 기능이 인상적였다. 비주얼 인텔리전스는 아이폰16부터도입된 물리버튼인 ‘카메라 컨트롤 버튼’을 길게 누르면 카메라가 켜지면서 바로 실행된다. 카메라로 물건을 비춰 촬영한 이미지로 챗GPT 이미지 검색이 가능하다. 향수를 찍었더니 챗GPT에서 제공한 향수 브랜드와 특징에 관한 정보가 표시됐다. 바로 이 화면에서 ‘향수 제작과 관련된 스토리가 무엇이느냐’고 연관 질문을 입력하자, 관련 답변도 제시됐다. 미국에서는 비주얼 인텔리전스로 가게 간판을 비추면 영업 시간, 리뷰 사진, 메뉴 등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고 한다.
시리에 챗GPT가 결합된 것도 생각보다 편리했다. 잠금화면 상태에서 음성으로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데, 요리하는 중에 레시피가 궁금할 경우 유용했다. 아이폰을 만질 필요 없이 잠금화면에서 시리를 불러, “봉골레 파스타 만드는 방법 알려줘”라고 말하자, 챗GPT를 통해 음성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메모 앱, 이메일 등 각종 쓰기 도구에도 챗GPT가 기본 적용돼, 문서 초안을 쓰고 수정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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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번 애플 인텔리전스 업데이트는 아주 새롭진 않아도 충분히 실용적이고 유용한 기능들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지원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