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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그룹이 최근 뉴욕거래소와 ARM 나스닥 상장을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손 회장이 이번 주 공식적으로 승인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ARM은 애초 미국·영국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최근 미국 증시 단독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증시의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하고 ARM이 높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T는 현재로선 ARM이 다른 거래소에 이중상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FT는 투자자들이 소프트뱅크의 기업가치가 최소 300억달러(약 39조6800억원)에서 최대 700억달러(약 92조6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ARM은 이번 나스닥 상장으로 ARM이 최소 80억달러(약 10조3800억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ARM은 공동대표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미즈호증권 등을 선정할 계획이 있었으나 최종 목록에는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이 포함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앱 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개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기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을 바탕으로 칩을 설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약 42조3300억원)에 ARM을 인수했고, 4년 후인 2020년 9월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엔비디아도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각 규제당국이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일제히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전에 참여할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ARM 매각에 실패한 소프트뱅크는 결국 IPO로 출구 전략을 선회했다. 손 회장은 투자회사인 비전펀드의 손실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ARM의 상장을 통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