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세라면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 적자가 유력하다. 1~8월 누적 적자는 247억달러로 이미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규모 적자 206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남은 기간 대규모 흑자 전환을 통해 이를 만회할 가능성도 낮다.
적자의 주된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제 에너지가격 고공 행진이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와 가스, 석탄 8월 수입액은 18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91.8% 늘었다. 8월 에너지 수입 증가액(89억달러)이 곧 무역적자액(95억달러)로 이어진 모양새다. 올 3월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8월 들어 90달러대까지 내렸으나 여전히 60~70달러대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0%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시세를 보여주는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시세(JKM)은 8월25일 기준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 69.955달러로 10달러 초반이던 지난해 8월보다 6~7배 가량 높다. 석탄(유연탄) 가격도 8월 넷째주 기준 톤(t)당 416.69달러로 지난해 연평균(127.14달러)의 3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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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최대 4분의 1을 떠받쳐 오던 반도체 수출액(108억달러)이 전년보다 7.8% 줄었다. 반도체 월간 수출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건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적인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른 것이다. 석유화학(44억달러·11.7%↓), 디스플레이(18억·5.7%↓), 무선통신(13억달러·20.7%↓), 선박(12억달러·25.8%↓) 등 다른 주요 품목 수출액도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제품 수출(66억달러·113.6%↑)이 계속 선전했고 자동차 수출(41억달러·35.9%↑)도 반등하며 전체 수출액이 감소하는 것은 간신히 막았으나 역대급 적자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액(131억달러)도 중국 내 내수·생산 둔화 여파로 5.4% 줄었다. 또 유례 없는 대중국 무역적자도 4개월 연속 이어졌다.
정부는 수출 지원 확대로 수출액 증가세를 유지해 에너지발 적자를 최대한 만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 전인 8월31일 연 351조원 규모 무역금융 지원을 골자로 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나 높은 에너지 가격과 국제적 경기둔화 추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빌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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