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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출장·회식 기지개켜는 기업들…최적의 근무체제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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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22.04.17 19:38:55

젊은 인재들, 사무실 출근 꺼려…외부 영입 땐 '재택근무' 내세워야
하이브리드 근무, 이미 글로벌 대세…IT 기업·스타트업도 '편승'
전문가들도 "전면 출근 시기상조…재택근무 생산성 등에서 효과 입증"

[이데일리 이준기 김현아 박순엽 기자] “사무실요? 가기 싫죠. 일단 출퇴근으로만 1시간 빼앗기고, 30분이면 끝날 회의도 대면으로 하게 되면 신변잡기 발언 등으로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겁니다. 효율성, 생산성 면에서 모두 손해인 셈이죠.”(대기업 과장 30대 A씨)

“MZ(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층의 생각은 존중합니다. 그래도 직접 소통은 꼭 필요합니다. 회사별로, 부서별로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상사와 동료 없이 홀로 일하는 데 대한 우려를 고려해야 합니다.”(대기업 임원 50대 B씨)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전면 해제 방침은 우리 기업들에 또 다른 숙제를 던졌다. 25개월간 재택근무를 이어오다 단박에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긴 어려운 만큼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 방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엔데믹(풍토병) 시대라고 해도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는 데다 젊은 인재 영입 측면에서도 ‘사무실 출근’보단 ‘재택근무’ 또는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가 훨씬 유리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향후 성과를 중시하는 자율적인 근무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택근무 모습.(사진=이미지투데이)
“출근 도장 찍으세요”…방역 완화하는 기업들

17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18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낮추는 식으로 완화된 근무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LG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재택근무 비율을 종전 50%에서 30% 이하로 완화했다. 또 회의, 교육 및 행사, 회식 인원수 제한도 해제하고 국내외 출장과 외부 방문객의 사무실 출입 등도 허용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확정한 건 없지만 조만간 재택근무 비율 조정 등에 나서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대면회의를 금지에서 ‘자제’로, 행사도 ‘비대면’에서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으로, 국내출장은 ‘승인 시 가능’에서 ‘필요 시 가능’으로 낮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50%였던 재택근무 비율을 부서별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회의도 기존 9인에서 29인, 교육의 경우 기존 9인에서 49인으로 각각 완화한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 4일부터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대면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네셔날 등 계열사도 순차적으로 사무실 출근 체제를 적용 중이다.

롯데그룹과 CJ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등 분산근무를 진행하는 한편 정부지침과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계별로 대응지침을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의 거리두기 전면 해제 방침과 달리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체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건 확진자가 여전히 많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판단과 함께 장기간 이어졌던 재택근무를 단박에 없앨 경우 생기는 부작용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삼성이 ‘재택근무 최대 50% 가능’ 방침 등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간 정부 지침보다 더 엄격하게 사내 방역 지침을 유지해왔다”며 “상황을 지켜본 뒤 완화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재계 안팎에선 기업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사무실 출근 체제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면 근무로 전면 전환했을 때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건 기업 운영 측면에서도 위험한 만큼 아직은 조심해야 하는 단계”라며 “대면 근무로 전환하는 일부 기업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면서 재택근무 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도 “생산성 등에서 재택근무 효과를 목도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굳이 사무실 출근 체제를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SKT 직원들이 거점 오피스 ‘스피어’ 신도림점에서 AI 기반 얼굴 인식 출입과 좌석 예약을 하고 있다. 단 0.2초 만에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잠깐 설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 지나가도 원활하게 출입문이 열린다.(사진=SKT 제공)
최선의 근무체계는 무엇일까…다양한 시도들

이미 하이브리드가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점, 우리도 IT 기업·스타트업이 이에 편승한 점 등도 재계의 근무체제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직원 수 2만2000명이 넘는 국내 최대 IT 기업인 KT는 재택근무, 사무실 출근, 원격 오피스 근무 등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근무시간도 근무지도 직원 맘대로 정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SK텔레콤의 매니저 C씨는 “2주일에 80시간만 채우면 출근 시간도 근무 형태도 맘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사실상 주 4일 근무제와 마찬가지다. 최근엔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을 만들어 교통지옥에서 해방되려는 직원들을 배려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른 거점 오피스로 출근한 동료와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6월 말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니콜라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원격근무의 효율성은 기대 이상”이라며 “대부분 고용주는 하이브리드 모델 유지를 원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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