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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에 밀 가격 9년 만 최고…"식량 안보 위기" 관측도

고준혁 기자I 2022.02.24 10:53:11

밀·옥수수 선물, 연초 대비 14% 상승
러-우크라 밀 수출량, 전 세계 30% 차지
천연가스 공급난, 비료값 상승 이어지기도
"중동, 아프리카는 식량 안보 우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곡물 가격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두 국가가 그간 ‘유럽의 곡창지대’ 노릇을 해온 만큼, 상황 격화 시 곡물 공급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곡물 농장.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약 3% 상승해 부셀(27kg)당 8.76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옥수수 선물 가격도 연초 대비 이날까지 14% 상승했다. 이는 밀 선물 상승률과 같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곡물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밀 생산의 14%를 담당하고 밀 수출 비중에선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한 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하고 있다. 밤 사이 러시아는 “친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면서, 군사적 충돌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기도 했다.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 곡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는 “두 국가는 옥수수와 해바라기씨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기도 하며, 선물 트레이더들은 우크라 사태 격화로 러시아 흑해 항만에 혼란이 오면 공급망 차질이 올까 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곡물 시장의 분위기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컨설팅 회사 키어니의 퍼 홍 수석파트너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핵심 농업 지역을 친러시아 세력이 빼앗을 경우 식품 가격은 폭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인해 에너지 집약 품목인 비료 부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곡물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단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곡물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식량 안보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컨설팅 회사 SIG의 사장인 돈 티우라는 “사실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도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곡물 공급이 제한되면 식량 안보 위기까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곡물을 대표하는 두 선물은 단기간 폭등하기보단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시장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 당시 단기간에 곡물 가격이 폭등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위기 국면에서는 이를 조기에 반영하면서 충격이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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