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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에 대해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를 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날(23일) 오후 갑작스레 부상했던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은 없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지난 8월 가석방 결정을 내린 이후 4개월 만에 곧장 복권까지 부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사면돼야 한다는 여론이 60%를 넘긴 하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대쪽, 즉 주요 지지층 입장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면 결정 시 재판에 미칠 영향 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러가지 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혹시나 사면하게 되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반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대했던 이 부회장의 사면이 없자 재계는 크게 실망해하고 있다. 가석방 이후 미국 반도체투자, 모더나 백신 확보 등 광폭 행보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도 검토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출장 시 법무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활동 제약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복권이 이뤄지고 이 부회장에게 조금 더 자유로운 신분이 보장되길 기대했는데 사면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캐나다, 미국 등 북미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중동까지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광폭행보로 국익을 위해 뛰었다는데 왜 남은 족쇄를 못 풀어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수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는 이 부회장 경영 활동을 제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미 끝난 재판만이라도 과감하게 사면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기 때문에 함께 사면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뇌물이 받은 사람이 더 문제인데 박 전 대통령만 사면하고 이 부회장은 제외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면서 “국정농단에 대해 대국민 화합 메시지를 던졌다기보다는 단순히 박 전 대통령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사면 결정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계는 문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는 ‘3.1절 특사’를 주목한다. 3월9일 대선 전에 문 대통령이 대국민 화합차원에서 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이 외국 출장 다녀와서 냉혹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는데, 사면돼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뤄진 일인 만큼 임기가 끝나기 전인 3.1절 특별사면 등을 통해 결단이 내려지기 기대한다”고 말했다.